여름나기

여름에는 겨울이 더 그립더라

유난히 더워지는 듯한 여름이다.

봄인지 여름인지 달력을 보지 않고서는 헷갈릴 만큼 날이 뜨겁다.

밤새 잠을 뒤척이다 습하고 찝찝한 기분에 밤을 꼬박 샜다

그러다 새벽이 지나 날이 밝을 때 즈음 잠들어, 나를 깨운건 내 눈을 따가웁게 찌르는 저 햇살이었다.

겨울에는 이런 무더위 여름이 그리웠다.

방에 틀어박혀 벗다 싶이한 가벼운 옷 차림으로 에어컨을 쐬며,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모든 불을 끄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게 낙원이 아닐까 싶었다.

밖을 나가도 바닷가나 산을 가서 시원함을 느끼는게 즐거움이라 생각했다.

겨울에는 여름을 꿈꾸었다.

그러나 지금의 여름은 겨울을 꿈꾸게 한다.

너무도 무더운 날씨에 땀이 폭우 쏟듯 내리고, 뜨거운 햇살은 나를 겨누는 칼날과 같이 내 머리 위에 열기를 쏟아낸다.

마치 조금이라도 식으면 안될 듯한 열기를 토해내는 여름 햇살은 나를 얼음이 녹듯 녹아내리게 한다.

차라리 난로 켜고 이불 속에서 귤이나 고구마를 먹으며 영화 한두편 보는 여유를 가지는, 그런 겨울을 꿈꾸게 된다.

겨울의 서늘함에도 마음은 따뜻한 그런 집을 꿈꾸게 된다.

나는 여름이 좋다, 그리고 겨울이 좋다.

겨울이 되면 여름을 꿈 꾸고, 여름이 되면 겨울을 꿈 꾼다.

하루 빨리 이 무더위가 사라졌음 하면서도, 하루라도 겨울의 그 추위가 늦게 왔음 한다.

나의 사계절에 더는 봄가을은 없나보다, 이렇게 또 여름 햇살에 난 녹아간다.

녹아간다, 점차 햇살의 온도에 스며들어 간다.

햇살을 만끽하며 길바닥을 구르던 고양이들이 어느세 뜨거움에 질려 그늘을 찾기 시작하듯, 외출을 즐기던 사람들은 점차 실내의 에어컨을 찾고 있다.

녹아서 스며든다.

저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서 시원한 에어컨을 쐬면서도 바깥에 나가 여러 세상을 거닐 날을 희망하며 여름에 스며든다.

뜨거운 여름은 실은 시원함을 즐기게 하는 시기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또 여름에 스며든다.

겨울을 꿈꾸던 나의 여름은 시원한 에어컨과 함께 또 하루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