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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L Night Jun 18. 2024

소원요정을 지필하면서...

소원요정2 : 나쁜 요정들을 위한 소원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시절 백일장 때문 이었던가. 국어시간에 백일장에 관해 이야기가 나오며 쓰기 연습을 했었다. 원고지를 준비해야 했는데 매번 원고지를 준비하지 못해 공책에 쓴 글이 전부였다.

 국어 선생님은 내가 원고지 준비해오는걸 자꾸 까먹는거 같아서 원고지가 어떻게 생긴지 보여주시면서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따로 알림장에 적어주셨고, 그걸 보고서 집에 원고지가 없으니 학교 근처에서 안 파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할머니는 원고지가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줄 알고 용돈을 주셨는데, 그간 원고지가 없어서 못산걸 아시고 같이 문구점에 가봤지만 원고지를 팔지 않았다. 그래서 근처 대형마트에서 원고지를 샀고, 그렇게 원고지를 준비해 학교에 가게 되었다.

 난 원고지 50장 짜리를 사 갔지만 진정 원고지를 쓰는 방법을 배울때 원고지가 없어서 쓰는 방법을 따로 배워야 했고 기억을 잘 하지 못했다. 백일장 준비로 너무 바쁜 나머지 선생님께서 자세히 설명을 못해주시고 아이들이 수업중에 하는걸 보고 따라 오도록 지도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공책에 쓴 시를 원고지에 베겨서 어떻게든 어영부영 써보고 그 중 가장 길게 쓴 시를 백일장에 제출해 봤다.

 처음에는 그 시가 잘 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당첨 되면 됐지 하며 잊어버렸었다. 남은 원고지는 집에 두고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필요하시면 쓰실 있게 두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원고지를 노트 필기하는 연습장 처럼 두고 메모 하는데 쓰셨기 때문에 아깝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난 늘 하던대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공책에 시나 짧은 글귀를 쓰며 시간을 보냈는데, 백일장에 당선된 작품이 복도에 걸리며 내 시가 당선된 것을 알게 되었다.

난 백일장에 처음 당선되어 신기하고 기뻤고, 그렇게 꾸준히 글을 써서 백일장에 내 봤지만 그 뒤로는 한번도 당선 된 적이 없었다.

 이후로도 꾸준히 글을 써서 공모전에 넣어 봤지만 매번 떨어지기 일수였고, 글을 쓰는건 내 취미에서 끝내며 더이상 글과 관련한 일은 하지 않고 기계나 프로그램에 빠져 컴퓨터 앞에서만 살게 되었다.

그렇게 수필을 하는 일이 줄어들고, 글을 쓰는 일이 줄어들다 보니 어느세 대학생이 되었고, 우연히 친척 중 작은아빠의 추천으로 자가플랫폼 <부크크>에 대해 알았다.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 소장용 책을 쓰려고 부크크에 원고를 올려봤다. 처음으로 책으로 올릴 원고를 쓰는거라 가르쳐주는 이 하나 없이 이것저것 찾아보며 원고를 써 올렸는데, 그렇게 시집을 총 4권을 출판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집은 작가로 등단되지도 않았고, 홍보를 할 만한 인맥도 되지 못해 많이 팔리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간 어린 시절에 쓴 어설픈 시들이었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 또한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점차 시에 흥미를 잃어갈 때 즈음, 내가 바라는 꿈인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꿈과 희망을 잃어 현실과 타협하며 동화같은 이야기에 빠져 살다간 돈도 벌지 못하고, 현실에 적응도 못한체 사회부적응자가 되고 말거란 어른들의 잔소리가 내겐 "꿈과 현실은 달라, 살아가려면 꿈처럼 행복하기만 할 순 없어."라고 들려왔고, 현실에서도 행복한 시간을 꿈 꾸고 희망할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난 그래서 현실기반 동화적인 존재를 섞어넣은 아동도서 <소원요정 : 스투비버그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자가출판으로 도서를 냈다. 처음엔 도서를 낼때 개인소장용으로 내기 위함이었기에 판매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판매에 목적을 두며 글을 써서 책을 읽는 사람이 잠시나마 꿈같은 세상에 빠져 행복을 느낄 있기를 바라며, 글을 쓰는 또한 독자들이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 출판하였다.


 처음으로 낸 아동도서이고, 홍보도 잘 하지 못해 많은 이들에게 알리지 못했다. 판매률은 극단적으로 낮았고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육촌 동생들은 내가 쓴 책을 보고 집중있게 읽어보며 흥미를 가졌지만, 그건 읽어본 아이들만 흥미를 가질 뿐, 책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굳이 사려고 하지 않는 책이란걸 알았다.

 내가 돈이 많았다면 책을 여러권 사서 직접 서점에 요청해 판매하거나, 다양한 매점이나 여러 장소에 요청해 두어 읽어볼 수 있게 배치라도 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책 값을 줄이면 책을 쓰면서 내야 했던 사비를 수입에서 충당할 수 없었기에 가격을 낮추지 못했고, 그래서 더욱 책이 팔리지 않았던거 같다.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아무리 연습하고 공부해 글을 써봐도 읽어주는 이가 없다면 전해지지 않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인재들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수시간을 연습하고 고려하고 회의 끝에 완성된 책들과 달리 난 사회에서 인정 받을 만한 작가가 되지 못했던 것이었다.


 등단을 하기 위해 신춘문예도 여러번 알아봤다. 하지만 사기를 치기 위해 올라온 공모전에만 당선되어 오히려 거액을 들여 등단을 해야 하는게 아니라면 어지간한 출판사에 출판 요청을 할 수 조차 없었다.

자가출판 플랫폼이 있기에 다행히 책으로 낸 것이지, 난 누군가를 설득할 만한 실력의 글을 쓸 수 없던 것이었다. 그러다 소원요정 책을 읽어본 대학 강사분이 내게 희망을 심어주셨다.

 소원요정 책은 시리즈가 여럿 나와도 좋을 만큼 이야기가 풍부하다며 뒷이야기가 궁금하다고 다양한 방면으로 풀어갈 수 있을거 같다고 조언해 주셨고, 입소문을 타거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한다면 더욱 많은 독자가 생길거라도 응원해 주셨다. 난 그 선생님의 말씀을 토대로 시간이 날때마다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그렇게 세계관과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현실과 잘 조합해 원고를 완성했다. 아동도서라고 하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큰 불편함 없는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부크크가 업데이트 되어 새로 사이트가 구성되었을때, 난 처음 소원요정2 원고를 출간하고자 올려보았다. 하지만 내용이 최소 페이지보다 작아 반려되었고 수정을 해야 했다. 수정을 하려면 내용을 늘려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돈도 없고 원고를 내봤자 읽는 이도 없을거고, 사는 사람도 없을거란 생각에 휩싸여 책을 내기가 무서웠다. 공모전에 원고를 내서 책으로 내지 못하더라도 당선을 노려볼까 란 생각도 들었다. 공모전에 당선되어 1등을 한다면 등단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꿈 같은 일은 생기지 않을거란 생각도 들고 그간 공모전 마다 떨어진걸 생각하니 더욱 원고가 공모전에 내기 아까워졌다.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글의 목적 또한 다르다. 나의 목적은 내 꿈을 실현시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 였지만 목적도 이유도 다 다르다 보니 받아들이는 사람들 또한 내 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울지 모른다.

 글을 쓰는건 말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 한번 세상에 알려진 글을 수정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난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이 말이라면, 공공에 알려진 글은 말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것을 안다. <책으로 쓴 글귀> 시리즈 1~3권 보다, <한번은 감성에 취해서...> 보다도 가장 온 마음을 다한 <소원요정>은 두 책들보다도 더 찾는 이가 없었고 내 능력 밖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원요정>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분명 다시 책을 열어보고자 하는 이가 늘어날 것이라고 난 믿고 있다.


 동화를 찾는건 시간 낭비며 책을 읽는건 중요하지만 세상엔 책보다 볼거리가 더 많단걸 난 알고 있다. DVD 플랫폼 같은 것들도 늘고 책을 읽어주는 어플도 생기며 보고 듣는게 늘어나다보면 종이책을 읽는 이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신문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던 시절이 옛날 이야기가 되었듯 종이책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난 믿는다, 언젠간 나의 책을 읽고 다시 동심을 되찾아 행복을 서로 나누고 돌려보며 희망을 가지게 될 날이 올 것임을.

 마음 속에 숨겨둔 '행복'은 크거나 작은게 아니다. 그저 찾아내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모두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서로 다르게 비춰질 뿐이다. 다 같은 크기에 같은 모양이지만, 누가 얼마만큼 찾아내는가에 따라 '행복'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나의 책 속 '소원요정'들은 불행을 먹고서 이런 '행복'들을 찾을 수 있게 마음 속 불행을 정리해주는 존재들이다. '행복'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어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숨겨졌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요정, 천사, 악마, 엘프. 존재하지 않기에 믿을 수 없는 동화적인 존재다. 그러나 있다고 믿는다면 그들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흔적도 없지만 존재하는게 되지 않을까? 산타가 없는걸 알지만 산타가 오기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 마냥, 망태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잡아가 산 채로 먹는단 이야길 믿던 시절이 지나고서야 망태 할아버지가 없단걸 알게 된 것 처럼. 우린 약간의 동심을 되찾으면 어릴 적 느끼던 모험을 즐길 수 있고, 행복과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난 내 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소원요정'이란 존재를 넣어주고 싶다. 그들이 스스로 행복을 찾기에는 너무도 힘든 현실 속 세상을 살아간단 것을 알기에, 현실과 타협하느라 가장 중요한 시간과 기회를 놓치고 있단걸 알기에. 소원요정의 힘을 빌려 책을 나눠읽고 돌려보고 서로 이야기 해보면서 "나의 행복은, 그리고 너의 행복은 무엇인지" 서로 의논하고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일생에서 처음으로 써보는 브런치다. 아침에 낮에 저녁에 식전에 식후에 자기전에 일어나자마자. 언제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 난 이런 글이 낯설고 아무리 읽어봐도 아직 쓸 줄도 모르겠고 어렵기만 하다. 어떤 글이든 내겐 생소하게 느껴지고 아무리 많이 써봤어도 늘 새롭다. 누가 읽을지, 얼마나 읽어질지 모르기에 난 조심스럽게 글을 써내려 가본다.

 처음으로 써본 원고지 처럼 수정과정이 너무도 많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심하고 올려보자, 내가 쓴 이 글이 등록되어 내 책들이 더이상 무명의 그림자에 숨겨지지 않고 알려지게 된다면, 그리고 그 글을 읽는 독자 한두명이 점차 늘어 수십명이 된다면. 그들이 내 책을 서로 돌려보며 행복에 대해 끝없이 꿈꾸고 생각하고 희망하게 된다면, 현실이 차갑기만 한 곳이 되지 않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동료끼리 서로 행복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할 짧은 시간이나마 생길 수 있기를 바라며 올려보고자 한다.


 브런치로 감상한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내 책을 알리는 신호가 되어 마음 속 <소원요정>을 찾게 되는 길을 열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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