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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누군가 불러주길 바라는 나

by 혜선

세상에 모든 것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뉜다.


만남, 이별, 사랑, 희망, 소망, 슬픔, 아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도 이름은 있다.


나무, 꽃, 건물, 병원, 경찰서, 소방서...

눈에 보이는 것들도 이름은 있다.


나에게도 이름이 있다. 또한 작가로 활동한다면 필명, 특별하게 붙인 애칭, 별칭, 별명 등.

한 사람에게도 불리는 많은 이름들이 있다.


나의 필명인 'Moon L. Night'는 타인을 비추는 달밤의 존재가 되고자였다.

나 또한 태양 같은 타인으로부터 빛을 받고, 그 빛을 타인에게 그대로 반사해 주는 달이 되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달은 밤에 가장 빛나 보이지 않은가.


그러나 필명을 더 쓰다 보니,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거 같다.

세상 많은 이름 중 내 이름은 결국 하나인데

그 이름 하나 불리기 싫어했던 나도 나를 잃는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난 나 다울거라 생각했다. 항상 달이 되어 비출 수 있을 거 같았다. 한결같이 나라고 생각했다.

이름을 안 불리기 시작하고 여러 이름들로 불려 오다 보니

난 나를 잃어가고 있었단 걸 내 이름으로 불린 뒤에야 느꼈다.


혜선, 나의 이름은 '혜선'이다.

성씨까지 밝히기엔 너무 공개적인 공간이라서 밝힐 수 없지만 어쩌면 나를 아는 사람은 이제라도 알게 되겠지 싶다.


그간 별의별 이름들로 불러온 나도 '혜선'이라는 본명이 있었다.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던 이가 있어서 나는 나로 살 수 있었다는 것을, 다른 이름들이 아닌 내 이름으로 불렸을 때에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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