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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L Night
Sep 25. 2024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손님들이 쫙 빠지고 없는 시간대가 생긴다.
이때 사람 손님이 머물고 간 자리엔 온갖 음식들이 한두가지씩은 꼭 떨어져 있어, 그 자릴 치우러 또 다른 손님이 온다.
첫 손님은 개미 손님과 귀뚜라미 손님.
개미 손님들이 줄을 맞춰 행진하며 야외 테이블의 온갖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다 다시 돌아간다.
문전 박대 하지 않고서 난 그런 개미 손님들이 조심히 돌아가도록 그 자린 되도록 쓸지 않고 기다려 준다.
귀뚜라미 손님들이 남은 음료 위에서 찌르르 거리고 가끔은 우물에 몸을 씻듯 뒹굴다 간다. 어쩌다 술 웅덩이에 빠져 귀뚜라미 손님이 만취하면 개미 손님들이 응급실로 데려가는 듯 하다.
두번째는 참새 손님이다.
아침인지 밤인지 알지 못하는 마냥, 밝은 조명이 비치는 편의점 문 앞을 휘휘 날아다닌다. 그렇게 가끔 찾아오는 해충도 벌레도 잡아주고, 가게 청소를 도와준다. 그런 참새 손님을 위해 한참 참새 손님들이 집에서 일어날 아침에는 동트는 시간에 맞춰 깨끗히 야외 테이블을 전부 닦아놓는다.
세번째는 고양이 손님이다.
골목대장 치즈 고양이, 조금 어린 부하 턱시도 점냥이(코에 점이 있다.), 아직 다 큰지 얼마 안된 사춘기 고등어 고양이.
늘 치즈냥이가 출동한 자리 인근에는, 턱시도 점냥이가 멀리서 지키는 마냥 위치하여 있다. 치즈냥이가 위로 올라가면, 턱시도 검냥이는 계단 아래에서 주위를 탐문한다.
마치 고양이 회사 대표님이 손님으로 오셔서 경호하는 모양세였다.
먹이를 구매하고 싶은듯 하여 난 내 사비를 털어 고양이회사에 투자 마냥 참치캔을 대표님께 선물을 했고, 치즈냥이가 먹고 난 참치캔을 턱시도 점냥이가 차지 했다.
그러나 그걸 좋게만 보지 않은 사춘기의 고등어냥이!
고등어 냥이는 그 둘을 향해 달려왔다가 경계하듯 온 몸의 털을 바짝 세워 있는 힘껏 위협한 뒤, 치즈 냥이의 울음 소리에 겁먹은지 뒷걸음질 치곤 했다. 고등어 냥이는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자기가 터주대감인 마냥 자기 자리라며 진상을 부린다.
편의점 손님 케이스 중 가장 진상 중 진상...
먹은 참치캔 엎지르기는 기본이며, 오는 손님들 멈춰세워 쓰다듬게 하고, 떡하니 앉은 야외 테이블에서 다른 손님들 간식을 탐낸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떠나긴 커녕 가게 안으로 들어오려고 까지 하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 입장에선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뭐 어때, 결국 다 손님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