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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L Night Jun 22. 2024

이길 수 없는 힘

저항 하지 못하는 무기력함

감기가 심하게 온 것도 아닌데 나을법 하면 다른 증상이, 또 나을법 하면 다른 증상이 생기며 감기가 길어졌다.


여름 감기 개도 안 걸린다는데 난 개는 아닌가 보다.

개 팔자 상팔자 라더니 내 팔자도 상팔자가 아닌지 아픈 와중 일과는 점차 늘어만 갔다.


일정을 처리하지 않은건 아니다, 그저 필요해서 대기하던 일정들이 몰려오는 시기에 감기에 걸렸던 것 뿐이다.


날씨는 너무 뜨겁다가 너무 흐려지고, 너무 건조하다 너무 비가 많이 내려 습해지고 변덕이 심했다.

날씨 변덕에 외출이 어려워지고 감기가 호전이 잘 안되기 시작하자...


내 몸은 무기력함의 무게에 짖눌려 그대로 저항 하지 못했다.

아니, 저항 할 수 없었다.


세상 그 어떤 무거운 것들 보다 눈은 피로에 약하다더니, 내 몸은 무기력함에 약한 모양이었다.

몸 전체를 짖누르고 압박하는 무기력함의 무게에 하루 종일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만 있었다.

갈증과 허기는 느껴지지만 크게 해소하고자 하는 갈망은 생기지 않았다.

있으면 나아지겠지 하는 심정이 더 크게 생기곤 일어나고자 하는 생각이 금방 사라졌다.

게으른건가 싶어도 쉽게 생각하기를 멈추게 되었고, 난 종일 멍하니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면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했다.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 먹고 마시는 것과 움직이는 것.

그 모든 것을 압류당한 상태의 난 그렇게 무기력함의 무게에 눌려 이길 수 없었다.


잠든 상태는 죽음을 연습하는 것이란 글귀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무기력함 속에 있는 사람들 또한 어쩌면 육체가 멈춰가는 상황을 조금은 체험한게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모든 욕구가 사라지고 무기력함이란걸 알아채기도 전에 난 이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의 피로는 자유분방 하지만, 무기력함은 한번 찾아오면 끝없이 나를 눌러버리고 위에 올라타 앉아선 내 일상을 망치고자 온 적수가 분명하다.

무기력한 시기가 왔기에 난 또 모든 스트레스 상황으로 부터 벗어나 강제로 쉼을 얻어야 했다.


쉬어가다보면 무기력함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난 최대한 머리를 짜내어 지금은 졌지만 다음엔 이기겠노라 전략을 또 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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