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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L Night
Jun 23. 2024
책은 읽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한번 가보자.
서점에서 느끼는 다양한 자유로움
서점의 한 모퉁이, 벽 한면이 전부 유리라서 바깥이 보이는 가장 유리에 가까운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집에만 있기에 무기력 하여서 고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비록 집에서도 떨어져있고, 이 장소는 서점 내에 한곳에 위치한 어린이도서 코너의 책걸상 자리였지만 괜찮았다.
매장 내 노래는 잔잔하게 들려오고 앞에는 부담스러우리만큼 알록달록 색색의 아동도서와 장난감이 진열돼 있고, 나무 색감의 플라스틱 책상과 의자는 더운 날씨에 시원한 에어컨 온도에 알맞는 진정을 시켜주는 부드러운 감각을 주었다.
서점 점원들의 추천 도서 중 <모모>라는 책을 펴서 읽어보던 중이다. 이따가 시간이 좀 흐르면 사서 보려고 읽어보고 있다.
유리 너머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조금은 엿볼 수 있는듯 하다.
아이가 다른 곳도 아닌 서점에서 뭐라도 하나 사간단 사실만으로도 아이가 책에도 관심을 가지겠거니 기대하며 기뻐하는 아이 엄마와, 책에 큰 관심은 없지만 새것을 가지게 됐다는 기분 자체가 좋아 취향껏 고른 아이.
그 두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관심을 두고 서점에 나란히 손 잡고 들어왔다가 스티커 하나를 사서 나갔다.
어린 시절에 아빠의 손을 잡고 동생과 언니와 셋이서 서점에 들린 기억이 나 추억이 새록새록 했다.
나 또한 서점에서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을 하나 골라 아빠에게 보여드리면, 아빠는 기뻐하시면서 책을 하나 사주시곤 하셨다. 책을 사는데 쓰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며 원하는 책이 만화든 교재든 뭐든 말만 하라고 해주시던 아빠.
이후 또 다른 가족이 지나간다.
엄마와 아빠의 손을 하나씩 잡고 양손을 잡힌체 사이에서 부모님끼리 무슨 이야길 하는지 관심을 두지 않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는 아이.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좀 커서 초등학생 혹은 많아야 중학생으로 보였다.
그런 아이가 나와 눈이 마주쳤길래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줬고, 아이는 호기심에 계속 날 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와중에도 두 어른들은 나의 존재를 모르는듯 하다.
만일 어린 아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부모들 사이에서 눈 깜짝할 세 다른 사람을 향해 쫓아가도 부모님은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의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두분도 알면서 내가 유리 너머에 아무런 악의 없이 인사 했단걸 알고 그냥 넘기신 것일 수 있어 따로 더 상상을 하진 않기로 했다.
아이는 계속 나를 주의응시 하였고, 난 그 아이에게 고개를 왔다갔다 하면서 장난을 쳐 주었다.
아이는 손을 움직일 수 없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려 했고, 이후 부모님에 손에 끌려 지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한 가족이 지나가고 아동도서 코너에서 아이가 만화를 고르는데, 두 아이 아빠는 한 아이가 고른 만화가 마음에 안 들어 보였다.
아버지와 아들들인듯 추정됐는데, 아이 아빠는 아이가 두 사람이 싸워 이긴 사람이 또 다른 시합을 하는 토너먼트를 상상하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저 둘이 싸우기만 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시합이었고, 승자와 패자가 굳이 갈리지 않는 싸움의 과정만 묘사한 만화를 본듯 하다.
둘의 대화를 얼핏 엿듣게 되었다.
아이 아빠는 열심히 싸우고도 1등이 없단 사실이 받아들여지기 힘들고 이해가 안되지만 그래도 아이가 책을 좋아하니 어쩔 수 없어 하는게 보였고, 아이는 원래 승패자를 가르는게 아닌 승부 자체보단 내용이나 그림이 재밌고 좋아서 산 책인데 1등이 누군지 묻는 아빠에게 당황스러움을 가진 듯 했다.
아이는 이전에 산 책과 비슷한 곤충 책을 고른듯 하고, 아이 아빠는 그 책을 좀 훑어보고 괜찮아 보여 그 책을 그대로 계산하러 이동하면서 자리를 떠났다.
누가 보면 스토커나 그런걸로 오해할지 모르지만, 난 대놓고 그저 들려오고 보이는 풍경만을 썼을 뿐. 누구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얼굴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한단 점을 이해하고 글을 봤으면 한다...
서점에는 많은 가족이 다양한 형태로 방문 했고, 디저트를 뭘 사갈지 전화로 부모님께 여쭈고 친구들과 모임을 가진 뒤 디저트를 사러 갈 계획을 회의하는 공간도 되었고, 아이들이 모여 다른 친구 이야기를 하는 담화의 공간도 되었다.
이 밖에도 장난감을 구매하고 가지고 노는 공간, 장난감 구경하는 공간, 사람을 구경하는 구경의 공간 등등 많은 용도로 아동도서 코너가 이용되는 것을 오랜시간 자리 하며 볼 수 있었다.
서점의 가장 끝에 위치해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곳이었고 난 심심하거나 외로울 틈이 없었다.
안정감을 주는 서점. 이곳의 손님은 악의 없이 순수한 상태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책이 모인 이런 곳은 내게 책 특유의 향기와 다양한 제목, 보기에 불편하지 않은 색감들을 사용한 표지, 질서정연하게 세워둔 도서들의 카테고리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질러진 곳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이 곳은 날 안정적으로 바꿔주었다.
꿈과 희망이 안주하기에 좋은 곳, 그보다 꿈과 희망을 자라게 하기에 좋은 환경.
난 이 서점이 너무도 좋다.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협소하지만, 언젠가 시내 곳곳에 좀 더 개방적인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넓게 마련되는 그런 안락한 서점이 생기지 않을까 소망하게 된다.
꿈과 희망이 안주함과 동시에 체험과 경험으로 키워갈 수 있는 그런 책들과의 자유로운 공간.
책에는 지식만 아닌 읽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만 같다.
싸우던 이와도 도서관이나 서점에 같이 온다면 금세 화해하게 될 듯 한 안락하고 편안한 이 곳은, 나에게 집에 서재 하나 만들고 싶다 하는 꿈을 심어준다.
언젠가 집이 생긴다면, 방 한칸은 꼭 서재로 만들어 책을 가득 채우겠노라 상상하게 된다. 좁더라도 책상과 의자가 중앙에 놓이고 사방이 책으로 둘러쌓이고, 창문이 난 곳은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에 채광량이 좋은 그런 공간.
책을 보관하기 좋은 채광 좋고 온도 좋은 그런 곳.
내가 원하는 서재는 어쩌면 서점의 한 공간을 오려다 붙여둔 공간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