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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L Night Jun 23. 2024

내 안에 벌어지는 감정 소용돌이

무기력함을 이긴, 나만의 감정 일화

기분은 이것저것 소중하지만 다채롭고 동시에 혼란스럽다.

내 기분은 기본이 불안이 인 거 같다.(인사이드아웃 2가 유명하다기에 한번 그곳의 캐릭터를 인용해 봤다.)


불안이 가 대장이 되어 이 감정 저 감정 합해져 내 하루하루를 차지하는 느낌이 든다.

어제까진 불안하고 슬퍼서 아무것도 안 먹고 아무것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않고 바닥에 누워 굴러다녔다.

화장실은커녕 물 한 모금도 안 먹고 그냥 뒹굴뒹굴...

땀이 나고 찝찝해도 씻지도 않고 찝찝하다 할 뿐 그냥 누워서 혼자 방에 있었다.


날이 어둑해져도 한 끼도 잘 안 먹고 방에서 누워만 있다가 오늘은 살기 위해 움직여야 된단 생각으로 용기 내 버리려다 못 버린 쓰레기봉투를 들고 버리며 식당을 찾아갔다.


어젠 비가 종일 내리고 아침에도 좀 내렸어서 그런지 우중충한 날씨에 굉장히 습하고 더웠다. 그래서 시내 가는 길에 있는 예쁜 카페에서 레몬 아이스티를 사 든 체로 시내로 향했다.

걸어서 시내까지 20 여 분, 시내를 가로질러 가야 있는 식당에 가서 사람이 가득해 빈 테이블이 두 개밖에 없는 핫플레이스로 가서 좋아하는 음식을 시켰다. 처음 도전하는 음료도 시키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좋아하는 웹툰을 정주행 했다.


오는 길은 피곤하고 힘들고 슬프고 짜증도 나고 후회도 됐지만, 음식이 나와 먹는 그 시간은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해서 편안함도 느꼈다.


그런데, 다 먹은 와중에 속이 너무 아파왔다. 체한 거 같고 헛구역질이 시작됐다. 최대한 진정시킨 뒤 식당을 빠르게 빠져나왔고 당황스러워서 진정시키려고 근처에 서점으로 향했다.

마음이 진정되니 구역질도 멈췄지만 속이 너무 나빠 식은땀이 시작되어 화장실을 쓰려고 갔다.


비밀번호 순서를 까먹어 잘못 쳐서 경고벨과 함께 잠금이 됐고, 맞는 비밀번호를 아는 분이 쳐주셔도 잠금 상태가 풀리질 않았다.

이후 다시 쳐보니 잠금이 해제돼서 들어갈 수 있었고 안심한 체로 화장실을 쓰려는데 단 한 칸 밖에 운영이 안 됐다..!!


당황을 했지만 비번을 눌러준 사람이 먼저 쓰러 들어가 버려서 내가 먼저 기다렸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분이 다 쓰고 나서야 들어갔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구토를 해버렸다.

다행히 변기에서 게워내면서 깨끗하게 뒷정리를 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 몰려오는 후회와 속상함이 나의 감정을 차지했다.


'이렇게 게워낼 바에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돈도 아깝고 속이 안 좋아지니 후회 돼. 역시 식욕 없을 땐 먹지 말고 굶어야 했어.'


우울한 생각이 올라오고 그대로 가라앉아 가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길에 앉아 울거나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접고 서점으로 향했다.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내고 나니 기분은 안정을 되찾았고, 왠지 영화를 보고 싶었다.


보고 싶던 영화도 맛있는 팝콘과 콜라 세트를 시키며 예매했다.

팝콘은 다양한 맛이 있는 걸로 주문하고, 콜라도 기본으로 시킬까 고민도 했지만 한 사이즈 크게 주문하며 양손에 들고 기분 좋게 시간 맞춰 상영관에 갔다.

사람이 많아서 또다시 나의 안의 버럭 이가 올라왔지만, 기쁨 이가 다그쳤는지 상영관 입장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너무 귀엽게 보였다.

보호자도 많고 나이 좀 있는 커플에 아이들 없이 온 부부도 있었고 학교에서 온 듯한 팀과 아이들끼리만 온 팀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 속에 섞여 입장해 자릴 앉아 상영 전에 인증샷을 찍었고, 내 자린 영화가 가장 잘 보이는 중앙 라인에 중간 자리였는데 다행히 양 옆에 아무도 없어서 편하게 봤다.


기분 좋게 본 영화는 크게 마음에 안 들었고, 다음엔 남자친구랑 같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로 약속했기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집에 왔다.


오는 길엔 아쉬워서 아동복 매점에 가서 내 사이즈(난 생각보다 체격이 작아서인지 아동복 중에도 어느 정도 큰 사이즈는 내게도 맞았다.)에 맞는 옷을 골라봤고, 1+1 행사인데 한벌만 사서 반값으로 맘에 드는 옷을 샀다.

사실 세트 옷처럼 입음 이쁜 옷이 하나 있었는데 그걸 사면 너무 부담돼서 대체할 옷이 집에 있으니 다른 한벌만 샀던 것이었다..

그래도 부담스러움과 함께 속상한 미련도 있었지만, 우연히 발견해서 산 새 옷이 내게 맞는 사이즈가 있었고, 너무도 예쁘고 맘에 들어서 기쁘고 좋았다.


돈을 좀 많이 쓴 듯했지만, 그래도 오늘의 지출이 나쁘지만은 않았던 거 같아 만족스러웠다.


이런 나를 보고 '소득도 적으면서 지출이 더 많으니 언제 카드값 다 갚게?', '너 정말 씀씀이가 크구나?' 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늘 이렇게 흥청망청 쓰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두 번인데 뭐 어때? 쓰고 나서 내가 이렇게 좋다는데!


계획에 없던 새 책 2권과 계획에 없던 영화와 팝콘세트, 정말 우연히 계획에서 벗어난 옷 쇼핑은 지출 계획에 전혀 없었어도 만족스러웠고, 내게 찾아왔던 무기력함은 그렇게 사라졌다.


드디어 무기력함을 이겼다.


좀 씀씀이가 크면 어떤가, 좀 계획에서 틀어지면 또 어떤가, 좀 부담스러우면 또 어떤가.

내가 좋아하는 걸 사고 좋아하는 걸 해보고 좋아하는 걸 느끼면서 당장의 무기력함을 털어내고 당장의 우울감에서 벗어나 환기 좀 시키는 게 중요하지.


내 감정을 환기시키고 나니, 내일부턴 또 바쁜 일과의 연속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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