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해야 할 일이니까, 괜찮아"
오늘도 글을 쓰며 머릿속에서 심사위원이 속삭인다.
“이건 너무 길어. 누가 끝까지 읽겠어?”
예전 같으면 이 목소리에 기가 죽어 다시 지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그를 참고서 같은 존재로 받아들인다. 유용할 때는 참고하고, 필요 없을 때는 조용히 덮어둔다.
자기검열은 결국 나의 불안을 반영한 그림자다. 그리고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만 생긴다.
내가 쓰고 싶고, 말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동시에 두려움도 따라온다.
그러니 자기검열은 내 열망의 또 다른 증거다.
나는 이제 자기검열을 완전히 없애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합의한다.
“네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을게. 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내가 한다.”
돌아보면, 자기검열은 내 삶을 옥죄는 족쇄인 동시에 나를 성장시킨 훈련 상대였다.
그는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나는 그 질문에 답하려 애쓰며 조금씩 단단해졌다.
오늘도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와 대화한다.
“고마워. 네가 있어서 내가 신중해질 수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내 목소리로 끝내보자.”
그리고 그 순간, 화면 위에 남겨진 문장은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