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그림자가 하루를 흔드는 순간
아침마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소리에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사실상 시간은 충분한데도, 혹시 지각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불쑥 올라온다.
그리고 이 작은 불안은 늘 사소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마음을 흔들곤 한다.
불안은 대부분 현실이 아니라 상상에서 자라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장면을 과장해서 보여주고, 존재하지 않는 위협을 실감 나게 만든다.
시험을 망치는 상상, 상사에게 지적당하는 장면, 가까운 지인에게 오해받는 상황.
머릿속에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 몇 배는 크게 재생된다.
그러니 사건보다 그림자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런 불안 때문에 수없이 멈춰 섰다. 발표를 미루고, 메일을 끝내 보내지 못하고,
다짐만 늘어놓으며 하루를 허비했다. 그러나 안전하다고 느껴본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쌓이는 자책과 후회가 불안을 더 키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불안은 없애야 할것이 아니라, 위험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가령 “다시 확인해 봐”라는 속삭임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 말이다.
문제는 그 신호를 멈춤으로 해석하느냐, 아니면 속도를 조절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다.
후자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불안은 조금 덜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작은 불안이 큰 파도가 되는 순간도 있다.
피곤이 겹치고,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말까지 더해질 때다.
그럴 땐 파도가 휘몰아치는 듯 마음이 흔들린다.
나는 그 고리를 끊기 위해 순서를 바꿨다. 비교보다 확인, 자책보다 수정, 두려움보다 시작.
작은 행동 하나가 불안을 가라앉혔다. 메일 한 통 보내기, 책상 위 정리하기, 짧은 메모 남기기.
대단하지도 않은 사소한 행동이지만 덕분에 하루를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퇴근길의 나는 아침보다 한결 가벼웠다. 불안은 여전히 옆에 있었지만,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지켜주었다는 경험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파도를 멈출 수 없듯, 불안도 멈추게 할 순 없다.
다만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듯, 불안도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오늘도 나는 묻는다.
당신의 작은 불안은 오늘 무엇을 멈추게 했고, 무엇을 준비하게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