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주는 위안과 동시에 짐이 될 때
집 서랍을 열면 더는 쓰지 않는 물건이 가득하다.
오래된 휴대폰 충전기, 안 맞는 볼펜 리필심, 이미 한 번 다 쓰고 남은 다이어리.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여전히 남겨둔 것들이다.
이상하게도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이면 마음이 무겁다.
버리면 허전할 것 같고, 남겨두자니 공간과 정신을 차지한다.
붙잡고 있는 건 물건이 아니라, 내 안의 불안이다.
일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맡았던 프로젝트가 끝났는데도 자료를 삭제하지 못했다.
이미 불필요한 문서인데, 혹시 나중에 누군가 물어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놓지 못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현실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남겨둔 자료들은 내 마음 한켠을 계속 불편하게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도 그렇다.
직접적인 갈등은 없지만, 오래된 연락처를 지우지 못하고 묵혀 두는 경우가 있다.
관계는 멀어졌는데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다는 핑계로 남겨둔다.
하지만 사실은 “혼자가 될까 두려워서” 붙잡고 있는 마음이 더 크다.
붙잡는 건 위안이 되지만 동시에 짐이 된다.
끝까지 쥐고 있으면 손이 아프듯, 마음도 지친다.
때로는 비워야 가벼워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놓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