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빈자리는 허무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다

by 톨루엔

손에 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아야 다른 것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빈손이 되는 게 두렵다.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발목을 붙든다.

그런데 막상 놓고 나면, 그 빈자리에 다른 것이 들어온다.


잡동사니가 잔뜩 쌓인 책상 위를 정리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다 써서 잉크조차 나오지 않는 펜을 버렸을 때, 그 자리에 드디어 새로운 펜이 단정히 놓인다.

비워야 소중한 게 드러난다. 물건을 놓는 일은 단순히 정리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것을 선명히 보여주는 과정이다.


습관도 마찬가지다. 나는 한동안 하루를 끝낼 때마다 SNS를 무심코 열어 확인하곤 했다.

피곤해도, 필요하지 않아도 그랬다. 하지만 어느 날 휴대폰을 멀리두고 잠자리에 들었더니,

새벽에 깼을 때 떠오른 건 오히려 내가 읽고 싶던 책이었다.

무언가를 내려놓았기에 다른 선택이 가능해진 것이다.


내려놓음은 상실이 아니라 발견이다.

붙잡고 있을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놓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다.

빈자리는 허무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맞이할 준비된 공간이다.

이전 19화끝까지 붙잡는 마음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