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알럽필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킥더드림 Nov 24. 2019

‘토이 스토리 4’ 토이 스토리와 컴퓨터 그래픽 시네마

1 어른이 되지 못한 성인들에 대한 단상
1995년 ‘토이 스토리’가 개봉했을 때부터 2019년 ‘토이 스토리 4’까지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카우보이 장난감 우디를 중심으로 한 장난감들의 모험담을 담고 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서사와 모험은 영화에 나오는 장난감들의 애정결핍과 유기불안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장난감들은 아이들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장난감들은 새로운 장난감이 왔을 때 그 장난감이 자신보다 더 아이에게 사랑을 받을까 걱정을 하고, 자신이 사랑을 받고 있더라도 그 사랑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버림받은 장난감들은 삐뚤어지고 영화에서 악당의 역할을 맡게 된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장난감은 아이들의 관심이 없어지는 순간 장난감으로써의 가치는 사라지고, 다른 아이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그 장난감은 그냥 쓰레기로 전락한다. ‘토이 스토리 3’에서 우디와 그의 친구들이 쓰레기 소각장으로부터 탈출하는 모험담은 그들의 불안한 운명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쓰레기라도 아이들이 그것을 장난감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쓰레기는 장난감으로써의 생명력이 불어넣어진다. ‘토이 스토리 4’에서는 쓰레기로 만들어진 포키가 보니의 가장 소중한 장난감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사랑에 따라 장난감의 위상과 심리상태가 좌지우지되고, 우연한 사건으로 장난감이 자신의 아이들에게서 멀어진 후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아이의 집을 다시 찾아가는 우여곡절 어드밴쳐가 토이 스토리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이렇듯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장난감들에게는 아이로부터의 사랑이 절대적이다. 얼핏 보면 장난감들이 자신의 아이를 정서적으로 공감해주고, 걱정하고, 돌보고, 때로는 도와주고 하는 것이 매우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그들의 내면은 애정결핍과 유기불안으로 가득 차있다. ‘토이 스토리 1, 2, 3’ 통해서 앤디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성장을 하지만, 우디를 비롯한 장난감들은 전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어른인 척 앤디한테 사랑받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애정결핍과 유기불안에 시달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장난감들은 어른이 되지 못한 성인들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토이 스토리 4’는 우디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토이 스토리 4’는 1편, 2편, 3편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 이 영화 도입부에서 우디는 보핍 대신 앤디를 선택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서 우디는 보니에게 돌아가지 않고 보핍에게 남음으로 아이의 관심과 사랑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한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하게 되었다. 보니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우디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보니에게 가지 않고 보핍과 함께하는 것이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사실 어느 정도 줄거리 상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에는 개연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준비 없이 세상에 던져지고 어른이 될 수밖에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피규어를 모으고,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정서적으로 여전히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혹은 두려운) 21세기를 살아가는 성인들은 자신의 삶을 ‘토이 스토리 4’에 투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 컴퓨터 그래픽 시네마에 대한 단상
‘토이 스토리 4’가 개봉하고 약 한 달 후 ‘라이온 킹’이 개봉을 하였다. 2019년에 개봉한 ‘라이온 킹’의 컴퓨터 그래픽은 실사 영화와 구분이 가지 않았고, 서사는 1994년의 ‘라이온 킹’과 동일하다.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보는 이유는 실사 영화가 구현해내지 못하는 한계와 상상력을 뛰어넘는 쾌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2019년의 ‘라이온 킹’에는 이러한 애니메이션으로써의 어떠한 쾌감도 느낄 수가 없었다. 나는 1994년의 ‘라이온 킹’도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밀림의 왕자 레오’를 모티브로 햄릿의 서사를 변주해서 만든 ‘라이온 킹’이 진부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9년의 ‘라이온 킹’은 현실의 사자 같은 컴퓨터 그래픽이 더해졌을 뿐이다. 그래픽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것 외에 그 안에서 애니메이션으로써 컴퓨터 그래픽 시네마의 미학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최근 어느 영화제의 인터뷰에서 마틴 스콜세지가 마블 영화는 테마파크와 같은 것이지 시네마가 아니라고 해서 논란이 일었었다. 이 인터뷰에서 마틴 스콜세지의 의도는 마블 영화를 비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영화 미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마찬가지로 현실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컴퓨터 그래픽 테크놀로지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에 접목할 것이냐에 대한 담론이다. ‘라이온 킹’을 보고 ‘토이 스토리 4’가 더 대단하다고 느껴진 이유는 화면에서 보이는 장난감들의 질감은 현실의 장난감의 질감과 동일하게 느껴지면서도 애니메이션의 특유의 상상력과 활력이 주는 쾌감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 구현 기술의 발전을 제외하고 과거의 ‘라이온 킹’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반면에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앤디의 성장에 따른 장난감에 대한 애정의 크기 변화와 새로운 주인 보니를 통해 전작을 뛰어넘는 서사와 모험담을 계속해서 려왔고, 그래픽 기술 발전에 따른 현실의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으로 리얼리티와 판타지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컴퓨터 그래픽 시네마의 미학적 성취를 이루어냈다.


아이가 주는 사랑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어른이 된 우디의 새로운 모험담과 이제는 아이의 사랑보다 더 중요한 보핍과의 로맨스를 담은 그리고 이전 시리즈를 뛰어넘을 컴퓨터 그래픽 시네마 ‘토이 스토리 5’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커’ 배트맨이 없어 너무 현실적이 되어버린 조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