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휘는 와인을 마시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 봤다. 밤하늘은 칠흑같이 어둡다.
성휘는 아주 작은 소리로 기도하듯 말한다. “제 삶에도 이렇게 즐거울 때가 있네요. 주님!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제발, 저와 함께 해주세요.”
이때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테라스에 있는 나무의 잎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나뭇잎에 닿는 바람소리가 왠지 반갑다.
테이블 옆을 지나가던 어떤 여인이 성휘에게 말을 건다.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여기 잠시 앉아도 괜찮을까요?”
성휘는 그 여인을 빤히 쳐다봤다. “아.. 네. 그럼요. 괜찮습니다.” 갑작스러운 물음이 당황스러웠고 자신도 모르게 괜찮다고 했다.
그 여인은 앉아도 괜찮다는 대답을 듣고 성휘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맞은 편에 앉은 여인은 성휘보다 적어도 10살 이상은 많아 보이고, 패션디자이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세련된 스타일로 꾸몄다.
“갑자기 앉아도 되냐고 물어봐서 당황했죠?” 여인이 물었다.
“네. 조금 당황했는데 괜찮습니다.”
“혼자 온 거 같은데 같이 한 잔 하는 거 어때요? 혼자 즐기는데 제가 방해한 거라면 지금이라도 일어날게요.”
“아니에요. 저도 같이 한 잔 하고 싶어요.” 성휘는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로 앞에 있는 여인과 같이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종업원이 와인 잔 하나를 가지고 왔고 여인은 종업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성휘의 잔과 자신의 잔에 와인을 따른다. 와인 따르는 소리가 맑고 경쾌하다. 여인이 성휘에게 잔을 내밀어 건배 제안을 했고 두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친 후 와인 한 모금씩 마신다.
“반가워요. 저는 스텔라 리라고 해요.”
“아! 안녕하세요? 여기 식당 주인님 맞으시죠? 저는 이성휘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맞아요. 저를 어떻게 알고 있죠?”
“주문 받는 직원 분한테 들었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라고 들었습니다. 직원 분이 건축 업계에서는 신화적인 존재시라고 하더라고요.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스텔라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하하. 아니에요. 건축가로 열심히 살기는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런데 말이죠. 참으로 이상하네요.”
“뭐가 이상해요?”
“이름이 이성휘라고 했죠?”
“네. 이성휘 맞습니다.”
“지나가는데 성휘씨 보니까 제 아들이 생각나는 거에요.”
“저를 보고 주인님 아드님 생각났다고요? 왜요?”
스텔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네. 제 아들이 생각났어요.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어딘가 제 아들하고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스텔라가 성휘를 빤히 쳐다본다. “아닌가? 어쨌든 아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혼자 있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자리에 앉아서 같이 한 잔해도 되냐고 물은 거에요.”
“네, 그러셨군요. 주인님이 상당히 미인이셔서 주인님 닮았으면 아드님도 잘 생겼을 거 같아요. 아직은 굉장히 예쁘고 귀엽겠네요. 아드님 이름이 뭐에요?”
“제 아들 이름은 조성호에요. 귀엽긴요. 징그럽죠. 지금 나이가 몇 인데요. 전혀 귀엽지 않아요.”
“징그럽다고요? 몇 살이길래 징그럽다고 하는 거에요? 제 생각에는 아주 어릴 거 같은데요.”
“아마 성휘씨 보다 많을 걸요. 우리 아들은 스물 다섯 살이에요. 성휘씨가 몇 살이에요?”
성휘는 스텔라 아들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드님 나이가 스물 다섯 살이라고요? 저는 이제 스무 살 됐어요. 그럼 저보다 다섯 살이나 많다는 거네요?”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성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에이, 농담이시죠? 저 놀리시는 거 맞죠? 주인님 연배에 그 정도로 큰 아들이 있을 것으로는 안 보이는데요.”
“농담 아니에요. 정말 스물 다섯 살 맞아요.”
“정말이요? 저는 아드님 나이가 많아 봐야 다섯 살, 여섯 살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주인님께서는 어떻게 되시는지.. 많아야 서른 중반으로 보이는데요.”
스텔라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 젊게 봐줘서 고마워요. 저는 마흔 넷이에요. 우리 아들이 스물 다섯이니까 굉장히 일찍 낳은 편이죠.”
성휘는 스텔라의 나이를 듣고도 놀랐지만, 매우 이른 나이에 출산한 것에 더 놀랐다. “그러게요. 매우 이른 나이에 낳으셨네요.”
“맞아요. 열 아홉 살에 임신해서 스무 살에 낳았어요. 딱 성휘씨 나이네요.”
“그러게요. 진짜 제 나이에 낳으신 거네요. 그럼. 혹시 고등학교 때 임신하신 거에요?”
“음.. 그렇다고 봐야죠. 고3 12월에 임신했고, 대학교 1학년 때 출산했어요. 성휘씨도 한 달 정도 후면 대학에 입학하겠네요?”
“네, 저도 이제 곧 대학생이에요.” 성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시 남자 친구와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념해 잠자리를 가졌는데 그때 임신이 된 거에요. 정말 철이 없었죠.”
“아.. 그러셨구나. 그럼 아드님은 지금 뭐하세요?”
“아들은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기 전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여행 갔어요.”
“와! 여행. 부럽다. 어디로 갔어요?”
“남미로 갔어요. 시간 있을 때 충분히 여행하면서 다른 세상을 한번 느껴보라고 제가 적극 권했어요.”
“우와!! 남미 너무 좋겠다. 저도 남미에 가보고 싶어요. 맞는지 모르겠지만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곳이라고 알고 있어요. 진짜 부럽네요.”
“하하. 맞아요.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곳이죠. 부러워할 거 없어요. 성휘씨도 언젠가 갈 기회가 있을 거에요.” 스텔라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남미면 꽤 머니까 오랜 기간 여행 하겠어요?”
“원래는 두 달 예정으로 갔어요. 그런데 출발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여행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해요.”
“그 먼 남미까지 가서 여행하다 말고 돌아온다고요?”
“네. 그렇게 됐어요”
“흔하지 않은 기회일 텐데 왜 중간에 돌아와요? 무슨 일이 있나 보네요.”
“글쎄 브라질 여행 중에 강도를 당했다지 뭐에요.”
강도를 당했다는 말에 성휘는 크게 놀랐다. “어머, 말도 안돼! 브라질에서 강도를 당했다고요? 어떻게 그런 일이. 다치지는 않았대요?”
“다행이 다친 데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스텔라가 담담하게 말했다.
아들이 외국에서 강도를 만났다는 사실을 별다른 감정 동요 없이 차분하게 말하는 스텔라의 모습이 성휘는 조금 의아했다..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네요. 어떻게 하다가 강도를 당한 거에요?”
“버스를 타고 브라질의 어느 시골길을 가고 있어나 봐요. 잘은 모르겠지만 브라질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버스 관광 같은 걸 했던 거 같더라고요. 인적도 드물고 포장도 되어있지 않은 시골길을 버스가 뿌옇게 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있었대요. 오랜 시간 버스는 홀로 황막한 시골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버스 먼 뒤편에서 거친 자동차 엔진소리와 함께 총 쏘는 소리가 들렸대요. 그리고 곧 기관총으로 무장한 강도가 타고 있는 지프차 두 대가 버스 양 옆으로 다가왔고 공중에다 총을 쏘아대며 버스를 세웠대요.”
“기… 기관총으로 무장한 강도요?” 성휘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성휘의 물음에 스텔라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을 이어간다. “네. 강도가 기관총으로 무장을 했대요. 그리고 나서 강도 두 명이 버스에 들어와 소리를 지르며 승객들을 밖으로 내리라고 했대요. 버스에 운전사, 관광가이드 포함해 타고 있던 사람이 열 명 조금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모두 버스 밖으로 내보내고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손과 발을 묶었고 말도 하지 못하게 천으로 입도 묶었대요. 그리고 강도들은 머리 뒤에다 총을 겨누고 승객들의 현금, 휴대폰, 여권을 빼앗았대요. 그리고 강도들은 다시 지프차를 타고 먼지를 날리며 빠르게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듣기만 해도 무서운데 당한 사람들은 엄청 공포스러웠겠어요.”
“낯선 땅에서 강도를 만나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었으니까 그 공포감은 상상도 못하죠.”
“그러게요. 상상만해도 무서워요. 저 지금 소름 돋았어요.” 성휘가 스텔라에게 자신의 팔에 소름이 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어머, 진짜 소름이 돋았네요.” 스텔라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한다.
“주인님은 아드님이 강도를 당했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네요.”
“하하. 그런가요? 처음에는 정말 엄청 놀랐었죠. 지금은 많이 진정이 돼서 그래요. 다친 데가 없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대사관을 통해서 아들이랑 통화했는데 완전히 넋이 나가있더라고요. 아들이 그러한 상태인데 저라도 정신차리고 있어야죠. 안 다쳐서 평온한 마음을 찾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당연히 넋이 나갔겠죠. 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닐텐데요.”
“버스에 아들 말고도 한국 사람이 몇 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강도에게 반항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다리에 총상을 입었대요. 머리도 맞아서 두개골 골절도 당했고요.”
성휘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스텔라를 쳐다본다. “아니. 총까지 들고 있는 강도에게 위험하게 왜 그랬나.. 무서워라.”
“강도 한 명이 한 눈 파는 동안 총을 뺏으려고 했대요. 강도가 그 사람한테 총 쏘는 걸 보고 아들이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았어요. 그때가 정말 무서웠다고 하더라고요. 잘못 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대요.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저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한 사람 외에는 다친 사람도 죽은 사람도 없다고 해요. 다친 사람도 치료만 받으면 괜찮나 보더라고요. 다행이죠.”
“살면서 어떻게 그런 일을 당할 수 있죠? 운이 너무 없었네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이지, 어떻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저 같으면 감당이 안 됐을 거 같아요.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멎었을 지도 몰라요.”
“그런 일을 당한 게 운이 없다고도 볼 수 있는데, 살다 보면 그 보다 더 한 일도 닥칠 수가 있어요.”
“에이.. 그럴 리가요. 어떻게 아드님이 당한 것 보다 더 한 일이 있을 수 있죠?” 성휘는 스텔라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물론 주관적일 수는 있겠지만, 우리 삶에 그보다 더 한 일은 많이 발생하죠.”
“심지어 많기까지 하다고요? 그럼 주인님께서도 그보다 더 한 일을 겪으셨나요?
”당연히 저도 겪었죠.”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 물어봐도 돼요?”
“19살에 임신했을 때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아..” 성휘는 스텔라의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아주 작은 탄성을 냈다.
“정말 너무 무섭고 두려웠어요. 외국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강도를 만나는 건 그 순간만 넘기면 되는 거잖아요. 어떻게든 그 순간을 넘기고 다치지만 않는다면 일시에 해결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19살에 임신 하는 건 그 순간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요. 그 일로 인해 내 삶이 갑자기 180도 달라졌고 불안과 두려움에 삶이 완전히 지배당했어요. 새로운 생명을 가졌다는 기쁨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 한 순간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 같았어요. 누구의 잘 못도 아니었어요. 제가 미숙했던 거 뿐이었죠. 오롯이 제가 책임져야 할 일이었어요. 그때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고 세상이 너무 싫었어요. 우리 아들을 포함해 외국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를 썼을 거 아니에요? 저는 그 상황이 너무 공포스럽고 도저히 헤어날 수 없을 거 같아서 죽으려고 했어요.”
“아.. 그러셨구나.” 성휘는 또 다시 탄성을 자아내며 말했다.
“경중을 따지는 게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상황과 삶을 포기하려는 상황 중 어떤 게 더 큰 고통이겠어요. 이런 차원에서 살다 보면 더 한 일이 닥칠 수도 있다고 말한 거에요. 우리 삶도 여행이고 모험이에요.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도 알 수 없죠.”
“그러셨구나. 아드님을 훌륭하게 키운 걸 보면 잘 극복 하셨나 보네요.”
“하하. 훌륭하게 키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극복하게 됐네요. 그때는 정말 죽으려고 했어요. 낳을 결심을 했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거죠.”
“정말 대단하세요. 그런 일이 있었으면서도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셨네요.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저도 주인님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하. 성휘씨는 저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이 될 거에요.”
“아니에요.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주인님과 아드님이 있었던 일을 제가 맞닥뜨린다면 헤쳐나갈 자신이 없어요. 주인님 말씀대로면 저에게도 그런 일이 닥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아마 성휘씨도 그런 순간을 맞이하게 될 거에요. 하지만 너무 두려워하지 마요. 잘 극복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는 동안 우리는 많은 문턱을 넘게 돼요. 결핍의 문턱, 쾌락의 문턱, 타락의 문턱, 욕망의 문턱, 허영의 문턱, 양심의 문턱, 도덕의 문턱, 고통의 문턱, 죽음의 문턱, 선택의 문턱. 이런 다양한 문턱을 넘어야만 하는 때가 와요. 이런 문턱들을 잘 넘어야만 우리 삶에 낭만적인 순간이 찾아오는 거에요. 그 낭만적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고군분투하면서 살아야 해요. 세상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누구나 겪는 과정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잘 알겠습니다. 낭만적인 순간이라.. 저에게도 그런 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스텔라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성휘를 바라본다. “당연히 와요.”
“주인님, 이 건물하고 테라스를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하셨다고 들었는데, 정말 너무 멋진 공간이에요. 건물과 나무랑 너무 잘 어우러지고 식당 안 인테리어도 너무 예뻐요. 가구, 작은 소품들, 장식품들, 화병, 꽃. 전부 다 제 마음에 쏙 들어요. 저도 언젠가 이런 저만의 멋진 공간을 가지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하하. 당연히 가능하죠. 자신을 믿으면 분명히 가능해요. 아마 본인이 몰라서 그렇지 이미 만들고 있을 수도 있어요”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해.. 으아아아아아!” 성휘는 말을 하다 말고 비명을 크게 질렀다.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비명 소리에 놀라 성휘를 쳐다본다.
성휘가 몸을 스텔라 쪽으로 기울이고 담장 밑 화단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 저게 뭐에요? 왜 여기 있는 거죠?”
작은 화단에 새빨간 눈을 가진 노란색 뱀 한 마리가 긴 혀를 날름날름 거리며 느리게 기어 다니고 있다.
스텔라가 성휘의 어깨를 감싸며 말한다. “많이 놀랐죠. 저도 처음 봤을 때 놀랐어요. 여기 살고 있는 뱀이에요. 가끔 담을 타고 넘어와서 화단에 기어 다니고는 해요. 화단까지만 오지 절대 사람들이 있는 테라스로 넘어오지는 않더라고요. 우리 직원 중 한 명이 아침에 출근했을 때 아무도 없는 테라스에 있는 걸 본적이 있다고는 했어요. 그때 말고는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온 적이 없어요. 그냥 이 근처에 사는 뱀이에요.”
“너무 놀랬어요.”
성휘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주위를 보니 손님들이 하나 둘씩 나가기 시작한다. 문 닫을 시간인가 보다. 이야기를 하며 마시다 보니 어느새 와인 한 병이 거의 다 비워져 있다.
스텔라가 말한다. “얘기하다 보니 식당 영업 끝날 시간이 다 됐네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 우리 마지막 잔 마시고 마무리할까요?”
“아니에요. 제가 사야죠. 제가 주문한 건데요.”
“오늘 성휘씨 덕분에 즐거운 시간 보냈으니까 제가 사도록 할게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요.”
“네, 감사합니다.”
성휘와 스텔라는 얼마 남지 않은 와인을 잔에 따라서 다 마셨다.
"성휘씨는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에요."
"제가 반짝반짝 빛난다고요? 그걸 어떻게 알죠? 오늘 저를 처음 보셨잖아요."
"다 알 수 있어요. 성휘씨, 제 말을 믿어요. 그리고 자신이 반짝반짝 빛난다는 걸 믿어요! 반드시! 스스로를 믿어야 해요. 그러면 큰 힘이 될 거에요."
성휘는 스텔라와 인사를 하고 레스토랑 상크튀에르에서 나왔다. 테라스 출입문에서 나오자마자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날씨가 매우 쌀쌀하다. 레스토랑 상크튀에르의 안과 밖은 완전히 다른 세상 같다. 손에 들고 있던 패딩을 입었다. 주변의 식당들은 이미 불이 다 꺼진 상태다. 성휘는 어두운 골목길을 홀로 걸어간다. 레스토랑 상크튀에르 안의 등도 하나 둘씩 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