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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월 Jul 29. 2024

출근길

나의 출근길 이야기

 출근길은 피로하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도 피곤하고, 이를 피하려 일찍 집을 나서면 잠이 부족해서 피곤하다. 둘 다 피곤하긴 마찬가지지만 집을 일찍 나서는 걸 선호한다. 타인이 빽빽이 들어찬 지하철로만 가는 것 대신에, 한 번은 풍경이 보이는 버스를 타고 나중에 지하철을 탄다. 10분 정도 더 걸리지만, 경치를 보는 편이 낫다. 나는 풍경을 좋아한다.

 나의 출근길은 한강을 두 번 지난다. 올림픽대교를 건너 강변역에 내리고, 강변역에서 2호선을 타고 한강을 도로 건너서 강남까지 간다. 여행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한강 경치를 매일 두 번씩 보는 것은 큰 행운이다. 아무리 익숙해도 끊임없이 애정을 쏟고 싶은 그런 존재들이 있다. 아내가 그렇고, 한강도 그렇다. 감정이 차분히 가라앉은 아침일지라도 한강을 지날 때면 심상이 떠오른다.

 한강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 뜀박질하는 사람들, 제트스키를 타는 사람들은 여유와 낭만을 한껏 품은 존재들이다. 각자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삶을 향유할 줄 아는 멋진 사람들이다.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한강공원의 나무들은 제법 부지런하다. 필리핀의 열대우림에서 태어났으면 건기, 우기만 걱정할 것을,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태어나는 바람에 계절마다 분주하다. 그래서 고맙다. 천성이 게으른 나에게 계절을 알려주어 채찍질하여주는 존재들이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의 반복은 나무의 나이테를 짙어지게 한다. 나무는 행복과 고통의 반복이 나를 성숙한 존재로 만들어 줄 것이란 믿음을 주는 석고상이다.

 한강 위를 날아다니는 새는 자유롭다. 어떤 새들은 무리 지어 날아가고, 어떤 새는 혼자서 물고기 사냥을 한다. 

 창공을 활공하는 새! 

 호두만 한 뇌를 가진 그 존재는 자신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를 것이다. 콘크리트를 바위와 같다고 생각할 것이며, 세균이 무엇인지 플라스틱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른다. 그저 본능에 의해 살아가는 존재. 그럼에도 그의 삶이 퍽 부러울 때가 있다. 쉽게 나는 것은 몸이 가볍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고민과 걱정들로부터 자유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출근은 기력을 벗고 피곤을 입는 행위이다. 나는 환복에 앞서 한강물로 마음을 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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