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수필 2
행복을 느낀다, 요즘 들어 부쩍. 아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직장,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주말. 이런 일상이 나로 하여금 행복하다는 단어를 내뱉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어느새 속물이 되어버렸나, 하는 생각도 스친다. 가만히 과거를 되돌아본다.
아내와 함께 떠난 유럽에서였다. 우리는 스물한 살. 한 달여에 달하는 긴 기간을 온전히 서로에게 의지한 채 낯선 이국을 돌아다녔다. 한 평 남짓한 파리의 숙소에서, 한 명만이 간신히 들어가 커튼을 치고 씻을 수 있었던 샤워실의 온수가 점차 차가워지기 시작했었다. 계속 물을 끓이는 한국의 보일러 방식에 익숙했던 우리 두 사람에게, 데운 물을 쓰고 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서양의 방식은 너무도 야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해했다. 물이 얼음장이라며 한바탕 호들갑을 떨면서 웃어넘겼고, 까망베르 치즈가 단돈 1유로라며 기뻐했다. 냉동 피자는 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주린 배를 채웠으니 그만이었다. 여행 도중 다툰 적도 여러 번 있었으나, 그 시절은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삶은 끝없는 고통의 연속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그 말은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군중들 틈에 끼여 녹초가 되고야 마는 출근길,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잦은 야근, 이상과의 괴리……. 그러나 고통과 고통 사이 필시 행복은 숨어있다. 오늘도 힘내자는 와이프의 카톡, 점심때 먹는 와이프와 함께 싼 도시락, 퇴근하고 함께 하는 저녁식사, 산책, 대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언젠가 오늘날을 추억할 때면 행복했던 나날로 기억할 것이다. 행복은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지기 마련이니까.
다시 돌아와 생각해 본다. 과연 행복은 빈도인가, 농도인가. 아무래도 나에게는 빈도가 맞는 듯하다. 한 번의 진한 행복 이후의 일상은 왠지 쓸쓸할 것만 같다.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토라지고, 때로는 섭섭한 순간이 있을지라도 잊지 말아야겠다. 곧 사소하고 귀여운 행복이 찾아들 것임을. 우리는 눈부시게 빛나는 행복 속을 지나는 중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