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일 Sep 05. 2023

착한 사람

 누가 봐도 착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구 하나라도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지로 좋은 일을 하려고 했다. 내가 착한 일을 하는 모습을 누군가 봐주었으면 했다.


 중학교 때에는 방과 후 당번들의 청소를 위해 의자를 책상 위에 뒤집어 올려 두어야 했는데, 일부러 짝꿍 의자를 올려주기도 했다. 내가 버리지 않은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훈훈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나 보다. 누군가 내 선행을 봐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렇게 내 아름다운 모습이 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내가 알기론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가 나를 좋아해 줬으면 해.”라는 매력 없는 발상에서부터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은 번져갔고, 결론적으로는 그 누구도 나를 깊이 사랑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개성 없는 그저 착한 아이였으니까. 진심이 없는 아이였으니까.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착한 척을 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더라.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진 뒤,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내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운 그 순간, 나는 돌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제 와서 뭘 바꿀 수 있지? 오해를 풀고 싶다는 욕심과 무력감. 그 둘이 부딪히면 언제나 가만히 있기를 택하고, 그러면 없어지지 않을 서운함만이 서로의 마음속에 응어리진다. 그래도 그게 나아. 서로의 기억 속에서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 나를 미워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잘 모르겠다. 내가 그런 일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익숙해져야 하는 건지. 오해는 푼다고 풀리는 게 아니니까. 우연히도 휴학을 하여 사람 자체를 만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제서야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좁은 인간관계가 행복하기에는 정말 좋다랄까. 여의치 않은 관계에서는 도망치는 게 가장 좋을지도 모른다.


 미워하지도, 미움받지도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그 어떤 일에도 무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므로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양냉면, 그 두 번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