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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Sep 29. 2023

짭쪼름

 형과 같은 방을 쓰던 8살인가 9살 때의 일이다. 10시가 넘어 불을 끄고 둘 다 방 안에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형이 맛있는 걸 주겠다며 눈을 감아보라고 했다. “잉?? 맛있는 거??” 나는 순수한 저학년 초딩답게 별 의심 없이 눈을 감고 입을 벌렸고 형은 내 입 속에 작고 동글동글한 뭔가를 집어넣었다.


 짭쪼름하고 뭔가 기분이 이상한 맛. 형은 “어때? 맛있어?”라고 물었다. 이 작은 고체는 형의 말마따나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형이 준 건데 맛있다고 말해야지, 라는 생각에 “응! 맛있어!”라고 대답했다. 형은 낄낄대며 말했다. “야 그거 코딱지야!! ㅋㅋㅋㅋㅋㅋ” 나는 엄청 당황했고, 얼굴이 화끈해지는 걸 느꼈다. 이미 코딱지를 모두 녹여 삼켜버린 뒤였다.


 나를 속인 형이 너무 원망스러워 화를 내고 싶었지만, 코딱지를 맛있다고 말한 게 너무 부끄러워 별 반응은 못 했다. 그 뒤로도 아주 오랫동안 형은 그 일을 가지고 종종 나를 놀려댔다.


성인이 된 이후로도, 군대를 갔다 온 후에도

형은 그 일을 가끔 언급하곤 한다.

얼마나 재밌었길래 아직까지도 생각이 나는 걸까.


요즈음 이 작은 사건이 떠오르고 궁금해진 게 있다.

그때 정말 코딱지가 맛있었던가.

그 고체의 식감이 어땠던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막연하게 속이 울렁거리는 듯하다.

왜 나는 코딱지가 맛있다고 말했을까.


분명 기분 나쁜 맛이었겠지?

맛있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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