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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Feb 01. 2024

내가 사랑하는 날들

 낮에 일어나서 어머니가 해주신 점심밥을 먹었다. 자주 먹는 반찬들이지만 언제나 맛이 좋은 건 왜일까.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내가 선물해드린 에어팟 한쪽이 사라졌다고 하셨다. 귀에 낀 상태로 잠옷을 갈아입으셨는데 왼쪽 에어팟이 사라졌다고. 아니 당연히 잠옷에 있지 않겠어요? 하고 잠옷을 아무리 뒤져봐도 에어팟은 나오지 않았다. 땅바닥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에어팟을 찾는 건 포기. 샤워를 한 후 집을 나섰다. 오늘은 어떤 까페를 가는 게 좋을까. 그래. 오늘은 그곳이 좋겠다. 


 까페를 가는 길에 알바를 하고 있는 카레집에 들렀다. 들어가니 직원분들 모두 열심히 일하고 계셨다. 가끔 오시는 회사 대표님도 셰프님과 함께 창가 자리에 앉아계셨다. 모두와 인사를 나누고 셰프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오 무슨 일이야.”

“까페 가는 길에 들렀어요. 뭐하고 계세요?”

“오늘 주방 면접 보기로 한 사람이 있었는데, 대표님도 오셨는데 연락도 안 오고 나오지도 않았다니까?”

“오... 상당히 무례하네요...”

“밥 먹고 가~”

“아뇨 집에서 밥 먹고 왔어요. 두 분 얘기 잘 나누시구.. 저는 가보겠습니다~”

“어~ 들어가라~”


 카레집에서 나와 까페로 갔다. 가서 매니저님, 바리스타님, 제빵사님과 인사를 하고 아메리카노, 시나몬 롤을 시키고는 가장 노트북 하기 좋은, 벽에 붙은 2인석 자리에 가서 앉았다. 내가 까페 사람들을 알고 있는 이유는 카레집이랑 내가 간 까페가 같은 대표님들이 운영하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랑 시나몬롤도 할인가로 먹을 수 있었다.


 앉아서 글을 쓰다가 커피를 마시고 시나몬롤 잘라서 먹고, 글 쓰다가 커피 마시고 시나몬롤 먹고, 글 커피 시나몬롤 글 커피 시나몬롤. 오늘은 다행히 집중이 잘 되었다. 매니저님이 커피 더 마실 거면 말하라고 하셔서 실례를 무릅쓰고 아메리카노 리필을 받았다. 커피를 새로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빵사님께서 개발 중이신 머랭 쿠키랑 모카 번을 주셨다. 


“오 저 배부른데!”

“배부르면 싸갖고 가요~”

“아뇨아뇨~”


 머랭은 제빵사시니까 당연히 맛있었고, 모카 번은 향기도 좋고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것이 씹을수록 물건이었다. 호들갑을 떨면서 맛있다고 말씀드렸다. 더 글을 쓰다가 5시 30분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제빵사님께 가보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제빵사님이 말씀하시길.


“어르신들이 성일님 좋아하시죠?”

“...네 그렇죠?? 왜요?”

“성일님 되게 살가워서요.”

“..XX님도요~ 안녕히 계세요~”


 다른 분들께도 인사를 드린 뒤 까페를 나왔다. 빵을 막 먹은 참이라 배가 불러 저녁은 먹지 않았다. 7시에는 머리를 자르러 가야 했다. 시간이 남아서 서점에 들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샀다. 이석원의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소품집"이었다. 그리고는 다이소에 가서 필요했던 튀김 받침대, 압정, 녹 제거제, 깔때기 두 개, 철 수세미를 샀다.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시간이 되어 미용실로 갔다. 항상 내 머리를 잘라주시는 미용사 선생님이 계셨다. 중간에 샵을 옮기셔서 몇 년 동안 못 뵈긴 했지만, 서로 알고 지낸 지는 어언 7년이 다 되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내가 음악을 하고 휴학 중인 것도 아시고, 나는 그 선생님이 저녁에 술을 항상 드시고, 아침 식사를 밥이 아닌 영양제 뭉탱이로 대체하신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선생님과는 언제나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우리 미용사 선생님은 재밌는 분이기 때문이다. 

 오늘 선생님께선 일 년 만에 가슴팍에 문신을 하나 넣었다 말하셨고, 나는 얼마 전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너 점점 돈에서 멀어진다 얘. 세상에 할렐루야다 증말~”

“할렐루야죠~”


 그렇게 수다와 함께하는 커트가 끝나고, 왕십리 이마트에 가서 저녁 30% 할인이 들어간 연어, 숭어 초밥 세트를 샀다. 그렇게 작업실에 들어가 초밥을 먹으면서 글을 썼다. 글을 쓰는 데 집중하면서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앨범들을 쭉 들었는데, 발견하지 못했던 엄청 좋은 노래들을 발견해냈다. 꿈의 팝송, 태양 없이, 혼자 추는 춤, 실락원, 어제 만난 슈팅스타, 산들산들 등.. 그렇게 노래를 듣다가 글을 쓰다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다 보니 어느새 새벽 5시 50분이 되어 있었다. 


 새벽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 빠르게 씻고 침대에 누웠다. 내가 사랑하는 날이 있다면 이런 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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