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다고 번호를 지운 적은 없다. 그걸 지우면 이미 느슨했던 그와의 연결고리마저 아예 사라져 버릴까 봐.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익숙한 이름의 낯설고 유치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초등학생쯤 되는 어린아이가 그 번호를 물려받게 되는 것이다.
“발로 같이 하실 분(참고로 저 ㄱㅐ초보입니다)” 따위의 글귀, 프로필 뮤직에는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 배경 프로필엔 가슴이 웅장해지는 주술회전 고죠 사토루의 열화된 스크린샷. 형이 이런 걸 해놓을 리가 없잖아. 혹시나 번호 주인이 설정해 둔 이름이 내가 핸드폰에 저장해 둔 이름과 다른지를, 그렇게 다시 한번 다른 사람임을 확인하고 나면, 자연히 헛웃음이 나오게 된다.
형. 형 번호 뺏겼어ㅋㅋㅋ 얜 되게 즐거워 보이는데, 형은 거기서 잘 지낼런지 모르겠네. 사실 그곳 그런 건 없겠지. 그냥 가끔 보게 되면 반가움에 즐거웠던 그 시절을, 가볍게 그리워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왜 이렇게 술자리에 안 나오냐며 핀잔을 준다거나, 얼마 전에 수업을 가는 그 형을 봤다거나, 그런 간식 같은 추억조차 만들지 못하게 되었다는 게 아쉽달까.
가벼운 마음으로 형을 가끔씩 떠올리고 있다. 무거운 마음으로 형을 생각해 봤자, 형을 대충 알고 있던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