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법학과를 졸업하신 분들 그리고 사법고시 공부를 하다가 로스쿨에 오신 분들은 1학년 때 훨씬 더 수월하게 공부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법학 용어들에 익숙하고 법학과 재학 중 그리고 사법고시 준비 중에 공부하였던 기본 과목들 (예를 들면 민법, 형법, 헌법 등)을 배우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1학년 때라고 한 이유는 2학년 후반기부터는 사법연수원에서 배웠을법한 과목들이 추가되기 시작하고, 3학년에 올라가면 법학과를 나왔거나 사법고시 준비를 했었거나 상관없이 모두가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해 올인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너 나할 것 없이 모두가 많이 힘들기 때문이다.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 (이들을 소위 "비법학사"라고 부른다. 법학 전공자는 "법학사") 이 법학을 처음 접하였을 때의 그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 필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한자를 많이 알지 못하는 내가 민법 책과 법전을 펴니 조사만 빼고 모든 문장이 한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판례를 읽기 시작하는데 분명 글이 한국어로 쓰여 있는데 문장이 해석이 되지 않는 이런 신기한 체험을 하기도 한다. 문장들은 또 어찌나 어려운지 왜 "그러하다" 라고 쓰면 될 것을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와 같은 특이한 문장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필자는 학부생 시절 영어영문학과로 입학을 하였었기 때문에 (추후에 '정치외교학'과로 전과) 소위 벽돌 책이라고 불리는 영문학 책을 들고 다니면서 꽤나 두껍고 무거운 책 좀 들고 다녀 봤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로스쿨에 들어오는 순간 굳이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 없구나 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팔로 들기도 버거울 만큼 두꺼운 교과서들과 심지어 거기에 법전까지 들고 수업을 들어가야 하니, 이 모든 책에 적혀있는 생소한 단어들과 문장들 그리고 한자에 압도되어 숨이 컥 막히곤 했다.
자 그리고 드디어 첫 학기 수업이 시작된다. 필자와 같이 태어나서 법이라는 것을 처음 배워보는 사람에게 로스쿨 수업은 정말이지 뭐랄까 굳이 비유하자면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라면서 자전거를 타던 사람을 갑자기 롤러코스터에 앉혀놓고 그냥 출발 버튼을 눌러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로스쿨 과정을 3년 만에 마치고 변호사시험을 보는 것은 굉장히 빠듯한 일정이다. 소위 법학과 졸업생들이 4년 동안 학부과정에서 공부하고 졸업 후에 (물론 재학 중에 합격하시는 대단한 분들도 계시지만 말이다) 오랜 시간 준비하여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그 후에 사법연수원을 다니면서 배우는 내용 이 모두를 3년 안에 소화해야 한다. (굳이 커리큘럼을 정확히 대입시켜가며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커리큘럼은 이렇다.)
즉,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3년 후에 너는 올림픽에서 우사인 볼트와 같이 달려야 한단다.라는 목표를 부여받은 느낌이랄까.
더욱이 엄청난 것은 로스쿨 1학년을 마치는 겨울방학에 많은 학생들이 로펌 등으로 인턴을 나가게 된다. 이제 막 새싹처럼 피어난 어린양들이 1년 동안 배운 것을 가지고 로펌 현장에 투입되어 인턴 생활을 하는 것이다. 필자도 겨울방학 때 로펌과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인턴을 했는데, 인턴 첫 출근날 그 막막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민법, 형법, 헌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등 "학문"이고 "법학"인데 인턴을 나가게 되면 갑자기 현직 변호사와 같이 "소장" "준비서면" "변호인 의견서" 등을 써내야 한다. 물론 이때 써낸 것은 제출되지는 않고 그저 평가의 요소로 삼을 뿐이지만 이때 서면을 잘 썼는지 여부에 따라서 추후 컨펌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저" 과제로만 생각하기에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로스쿨 인턴에 대하여는 별도로 글을 쓰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로스쿨 커리큘럼은 어떻게 되나요?
이렇게만 이야기해서 로스쿨생들의 공부양이 와 닿지 않을 것 같아 필자는 마음이 너무 답답하지만 어쨌든 공부 양은 매우 매우 많고 공부에 할애해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은 굉장히 많았다. 특히 고3과 같은 로스쿨 3학년("로3"이라고 부른다) 때에는 정말 잠자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모두 공부에 올인했었다. 나는 그렇게 안 해도 시험에 붙었는데?라고 하는 분이 계시다면 드릴 말씀이 없다. 필자는 머리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서 그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로스쿨 수업과 커리큘럼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다면 이는 학교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1학년 때에는 주로 기본법을 공부하고, 2학년 때에는 행정법 및 각 소송법을 공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2학년 2학기부터는 '형사재판실무' '검찰실무'라고 하여 드디어 기록을 보면서 판결문 작성 및 공소장 작성을 배우고 조금 더 실무적인 내용들을 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3학년 1학기에는 '민사재판실무'수업이 열리는데 앞서 말한 형사재판실무와 민사재판실무 수업은 현직 판사님들이 오셔서 강의해주신다.
그리고 로스쿨 3학년 때에는 드디어 변호사시험을 위한 모의고사를 보게 된다. 6월, 8월 10월 이렇게 일 년에 세 번의 모의고사를 변호사시험과 똑같은 일정, 똑같은 범위로 보게 된다. 변호사시험에 대해 별도로 글을 쓰겠지만 변호사시험은 총 5일 동안 보고(가운데 하루 쉬는 날 포함) 시험은 아침부터 시작해서 밤까지 하루 종일 본다.
모의고사는 일종의 졸업시험 역할을 하게 되어서, 학교마다 다른 졸업시험 기준을 통과해야지만 로스쿨을 졸업할 수 있고 그래야만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만약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로스쿨 3년을 마쳤다고 하더라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것이다.
아 그러면 모의고사가 있으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없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모두 본다. 그리고 심지어 민사재판실무와 형사재판실무라는 과목은 별도의 시험이 또 있다.
즉, 1학년 때에는 중간/기말/중간/기말 총 네 번의 시험을 보고, 2학년 때에는 중간/기말/중간/기말/형재실(검찰실무 수강생은 검찰실무 시험도 따로 본다 나처럼) 총 6번의 시험을 보고(검실 포함), 3학년 때에는 중간/기말/중간/기말/6모/8모/10모/민재실 이렇게 최소 8번의 시험을 보게 되며 마지막으로 대망의 변호사시험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건 정말 필수적인 최소한의 시험에 불과하며 그 사이사이 자잘한 퀴즈와 미니 테스트는 각 학교별 교수님의 재량에 따라 아주아주 많다는 것!
하하하 이렇게 써놓고 보니 도대체 저걸 어떻게 다 겪어서 졸업을 했나 새삼 뿌듯해지고 나 자신에게 쓰담쓰담을 해주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고생했다 나님....!! 이렇게 로스쿨에 입학하면 많은 양의 공부를 하고 많은 시험을 봐야 한다. 나중에는 약간 시험의 달인이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 로스쿨에 재학 중이신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부디 이 긴 여정을 잘 이겨내시길 무엇보다도 건강을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로스쿨 재학 중 건강 악화로 인해 고생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이 최우선이니 밥 잘 챙겨 드시고 가끔 시간을 내어 산책도 하시길 그리고 영양제도 꼭꼭 잘 챙겨드시길 바라요. 오늘도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