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변호사 Apr 27. 2019

변호사가 하는 일이란

일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죠?라는 질문에 대하여

일 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죠?


이것 또한 필자가 직업을 밝힌 후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변호사가 하는 일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은 이렇게 질문해주시는 경우가 있지만 소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모습으로만 인식하시는 분들 중에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화려하고 멋있고 마치 고급 슈트를 입고 와인잔을 기울이며 대형 콘퍼런스 룸에서 "Cheers!"를 외치는 일은 아닐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의 오해를 풀고자 변호사가 하는 일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필자도 어렸을 때에는 변호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단순히 굉장히 멋있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멋있는 사람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필자가 정말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깨닫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렇다. 변호사는 정의를 위하든 무엇을 위하든 "싸우는" 직업이었다.


(혹여 굳이 그렇게 생각할 것 있냐는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이 직업의 본질은 나에게 사건을 맡겨주신 분들을 대신하여 누군가와 대립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그 싸움이 큰 소리를 내고 몸으로 부딪히며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실 폭염경보가 내린 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검은색 무거운 기록 더미가 담긴 서류가방을 들고 법원을 향해 뛰고 있을 때에는 몸으로 싸우는 느낌적인 느낌) 증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법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싸우는 것이다.


상대방의 주장에 어떠한 법적인 허점이 있는지 찾아내고, 우리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들을 찾아내고, 의뢰인분으로 부터 받은 방대한 증거들을 우리의 주장에 각각 어디에 맞고 필요한 것인지 골라내고 글을 쓰는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들이 쓰는 글 자체는 굉장히 논리 정연하고 젠틀하지만(이라고 믿어본다) 사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나의 말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맞고" "당신의 말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틀리다"라는 것이다.


민사사건에서는 더더욱이 그럴 것이고, 형사사건에서도 "피의자 (혹은 피고인)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죄가 없고" "검사가 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러이러해서 틀리다"라고 변호를 하게 된다.


실상은 멋진 정장을 빼입고 도도한 걸음을 걸으며 멋있음을 뽐내는 직업이 아니라, 그저 나에게 사건을 맡긴 분들을 대신하여 계속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싸워나가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뢰인분들의 스트레스를 도맡아서 스트레스와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고, 내 주장이 틀리지는 않았을까 내가 무언가 놓치지는 않았을까, 상대방의 주장을 어떻게 반박할까 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법원의 분위기나 소송과 관련된 업무를 다루는 대부분의 분야는 웃고 밝은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만큼 위기의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 사건을 의뢰하러 오시기도 하고, 실제 법원 근처만 가더라도 심각한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에 좀처럼 밝은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나의 말도 맞지만 너의 말도 맞지.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까? 라는 생각들은 저 멀리 치워두어야 한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변호사는 여기저기서 을이기 때문에 감정을 토로할 곳도 찾기 힘들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재판에 가서는 판사님께 혼나고(농담 삼아 깨진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을 뿐임을 밝힙니다), 사건을 진행하면서는 의뢰인한테 혼나고, 사무실에서는 윗분들한테 혼나고 우리가 동네북인가요?"라는 글을 쓴 동기를 보기도 했다.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만큼 보이는 모습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임은 분명하다.


어떻게 버텨내고 있나요?


이즈음 되면 그럼 그러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자 여기에서 드디어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는 그래서 운동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하는 분들 중 상당수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늘 표정이 굳어있고, 항상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찾아내고 비판적인 사고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기에 이해는 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웃음을 잃은 경우도 많이 보았고 항상 어떻게 하면 타인을 비난하고 비판할까 고민이라도 하는 듯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세상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던 내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후로 만난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항상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사람들이었고, 나 자신도 운동을 하면서 나에게 집중하고 땀을 흘리고 나면 더 밝은 기운이 가득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최근에 마인드풀필라테스 과정을 배우면서는 명상과 마음챙김까지 공부하고 실천해보면서 일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나 마음의 상처 들을 치유해 나갈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별도의 글로 써보려고 한다.)


 변호사라는 직업 외에도 많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타인이 주는 부정적인 기운을 전달받아 마음이 힘들어지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 나만을 위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나라도 찾아서 그 속에서 기쁨과 삶의 에너지를 되찾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꼭 그것이 운동이 아니어도 좋다. 혹자들은 운동이 체질상 맞지 않는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좋다. 그런 경우라면 운동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그게 무엇이든 내가 원하고 내 마음이 즐겁다고 느끼는 일을 찾으면 될 것이다. 맛있는 음식 먹 기여도 좋고 책 읽기 혹은 영화보기 그 무엇이라도 좋다. 다만 그것이 다시 부정적인 기운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필자는 그것이 바로 운동이었고, 그래서 운동을 통해 얻은 힘으로 한 주 한 주를 살아가고 있다. 또한 운동을 통해 체력이 향상되었기에 이 일을 계속 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하루에 두 개 이상의 재판을 가기위해 구두를 신고 무거운 기록을 가득 들고 이곳저곳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뛰어다니고 제 때 밥을 먹지도 못 하고,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각종 서면을 써내고 밀린 전화와 이메일에 회신을 하고 있자면 내가 그동안 운동으로 쌓아놓은 체력 덕분에 아직 살아 숨 쉬는 것이 아닌가 싶은 순간이 많다.


사회생활을 하며 곳곳에서 다양한 일로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분들 모두가 운동이든 아니면 다른 것이라도 자신만의 삶의 활력소를 찾아서 부디 일에 매몰되지 말기를. 그 속에서도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특히나 우리가 절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잃지 않기를, 이 팍팍한 삶 속에서 나 자신을 단단하게 지켜내기를 바란다.



오늘도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화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로스쿨 생활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