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난 한화 이글스의 팬이다. 이제는 만년 꼴찌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은 우리 팀을 응원하기 위해 난 점수 한 점 한 점에도 깊은 의미를 두고 안타 하나만 쳐도 소중하다는 최면을 건다.
그러나 경기라는 것은 대체로 이기는 것이 목적이어서 승패를 넘어선 즐김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기도 하다. 때문에 내가 1회 시작부터 9회 끝까지 온전히 이글스의 경기를 본 기억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오해가 있을까 봐 덧붙이면 난 여전히 그리고 분명히 이글스를 사랑한다. 다만 사랑하는 우리 팀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아주 잠시만 거리를 두고 있을 뿐이다.
봄이 찾아오고 2021년에도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별다른 전력 보강 없는 이글스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또다시 꼴찌로 전망되었다.
주전 자리를 차지하던 베테랑들은 은퇴하거나 다른 팀으로 떠났고 특별히 득이 될 트레이드도 없었기에 나의 팬심 담은 기대치마저도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고 10경기 조금 넘게 치른 지금 우리 팀의 성적이 좀 이상하다. 승과 패의 차이가 거의 나지를 않는다.
한화 이글스를 다시 봐야 한다는 기사들도 한 두 개씩 보이기 시작하고 실제 경기에서 지더라도 쉽게 물러나지를 않는다.
야구는 선수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예상 못했던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정말 상상 이상이다.
마음 급한 팬들은 벌써 이러다가 가을야구하는 것 아니냐는 김칫국 전망까지 내놓는다.
사실 우리 팀이 원래부터 꼴찌만 하는 약팀은 아니었다. 분명 우승도 했었고 그 이전엔 패넌트레이스 1등도 자주 하는 강팀 중 하나였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그럴듯한 별명도 가지고 있었고 리그를 호령하던 스타플레이어들도 즐비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리그 순위표의 상위 50%에 드는 것조차 기적이라고 말해야 하는 팀이 되었지만 우리 팀도 잘 나가던 때가 분명 있었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법이니 이글스가 오늘처럼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예상했어야 되는 일이기도 했다.
난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사람이 처한 상황들도 모두 다르다.
그리고 다름 만큼이나 강조하는 것이 달라짐이다.
현재의 다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에도 내일의 달라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오늘 내가 하고 있는 모양은 오늘에 속하는 모양일 뿐이다. 내일의 나는 또 다른 모양을 가질 것이고 그다음 날도 그다음 해도 또 다른 모양으로 달라진다.
그 때문에 오늘의 모습으로 너무 힘들어하거나 실망할 필요도 없고 오늘의 성과로 특별히 자만하거나 우쭐댈 필요도 없다.
오늘 내가 응원하는 팀이 또다시 지더라도 희망마저 내려놓지 않는 것은 오늘의 성적은 달라질 내일의 성적까지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졸업한 제자들과 만나보면 학생 때의 모습은 온 데 간데 없이 새로운 모습이 되어있는 경우들을 자주 접한다.
정말 이 녀석이 그때 그 말썽꾸러기가 맞나 싶기도 하고 정말 이 녀석이 그때 그 소심하던 녀석이 맞나 싶기도 하다.
물론 특별한 애정과 기대감 가졌던 제자에게서 안타까운 현재를 마주하기도 한다.
10년 후 20년 후에 또다시 그 녀석들을 속한 만날 때는 또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세상이 변한다고들 말하지만 그것은 우리 하나하나의 달라짐의 합인 것이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기에 우리에겐 희망이 존재한다.
내가 마주하는 다른 이들의 모습은 미래의 나의 모습일 수 있기에 더더욱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매년 달라져 가는 이글스의 모습 속에 지금은 안타까운 시간이지만 또 다른 다름으로 거듭날 한화를 나는 오늘도 응원한다.
그리고 다름의 가능성을 가진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