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를 좋아하는 나는 이따금씩 큰 수산시장에 간다.
자주 간다고는 하지만 그래 봤자 1년에 횟수로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단골가게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갈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이 어느 가게에서 어떤 종류의 먹거리를 살 것인가이다.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이번에는 미리 정한 대로만 딱 사 가지고 오자고 결심을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 같은 사장님들의 그럴싸한 홍보 맨트들을 듣게 되면 시장 입구 첫 집에서부터 나의 계획은 큰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첫 번째 만나는 사장님과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것은 아직 보지 않은 수많은 다른 가게에 있는 물건들의 상태나 가격에 비해 첫 가게에서의 결정이 상대적으로 가장 저렴하거나 싱싱할 가능성에 대한 확률적 희박함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가게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의 시세와 현시점에서 맛있는 생선들에 대한 정보들은 조금씩 쌓여가지만 마지막 남은 하나의 가게까지 전수조사하기 전까지는 나의 선택이 절대적으로 최선이었는지 알 방법은 없다.
여러 사람들과 시장에 함께 가게 되면 이런 순간에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결정을 내린다.
대체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결정방법은 중간 정도의 가게까지를 표본으로 하여 전체 상황을 유추하여 둘러본 가게들 중 하나를 고르는 방법이다.
수학적 확률로 볼 때는 대체로 현명한 판단이긴 하지만 현실적 가게의 분포가 둘러보지 않은 가게들 쪽으로 극단적으로 좋은 결정이 몰려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첫 번째 만남에서 물건을 고르는 사람은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나머지 가게들의 가능성 때문에 판단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가장 높지만 시간 절약이라는 면에서는 최고의 결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가게의 분포가 고르게 되어있다는 전제로 물건을 고른다는 면에서는 중간 정도의 가게까지 본 사람의 결정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가게를 보고 나서야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그 날 그 시점에서의 시장정보를 최대한 많이 알게 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시간의 절약이라는 가치에서 보면 가장 비효율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알게 된 최고의 물건은 다른 가게를 돌아보는 동안 이미 판매되었을 것이라는 가능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확률이다.
사실 우리가 내리는 판단은 어떤 경우라도 완벽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 번 회를 먹어본 경험이나 인터넷의 블로그들이 참고할만한 자료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이 현시점에서 가장 좋은 결정을 담보하는 신뢰성 높은 근거라는 것도 확신할 수 없다.
이전에 관련업에 종사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보통의 사람보다는 낫다 하겠지만 매일매일 변하는 어획량과 기후에 따른 시세 변화만 보더라도 그 또한 현재의 상황을 완벽히 통제할만한 능력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판단의 완벽하지 못함에 대해 우리가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본디 우리의 목적은 맛있는 회를 함께한 사람들과 즐겁게 나눠 먹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돈을 조금 더 지불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가계에 치명적인 손실을 줄만큼 엄청난 차이는 아닐 것이고 덜 싱싱한 생선을 구매했다 하더라도 특별한 미식가가 아니면 그 정도의 차이는 유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더 고민하고 더 노력하고 더 발품을 판다면 조금 더 나은 결정을 위한 도움은 되겠지만 본질적인 목표인 즐거운 식사시간이란 목적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많은 관계들은 수산시장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수많은 다름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면서 우리는 상대를 판단하고 관계를 결정한다.
성격을 보기도 하고 종교관이나 정치관을 보기도 한다.
재력이나 배경을 보고 내게 미칠 손익을 계산하기도 하고 공통 관심사가 있는지도 살펴본다.
때로는 장애나 사상 같은 소수의 다름이 결정적인 관계의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판단은 이 때도 완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첫인상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고 신중하게 오랫동안 지켜보며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수산시장의 가게를 고를 때처럼 첫 번째 가게이냐 마지막 가게이냐의 차이일 뿐 완벽한 판단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생선에 대해서도 완벽히 알 수 없는 우리가 사람에 대해 완전히 알 수는 없다.
처음 보는 낯설고 못생긴 생선에서 의외의 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전문가가 추천하는 값비싼 해산물들에서 실망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처럼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러하다.
무엇보다 본디의 목적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굳이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섣불리 판단할 필요가 없다.
조금은 남들보다 비싸게 생선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그날의 식사자리의 즐거움에는 크게 영향이 없는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 작은 손해는 그리 큰 손실을 아닐 수 있다.
우리는 생선의 전문가가 아니다.
많이 먹어보고 많이 다녀보면 조금은 나아질 수는 있어도 끝까지 완벽하기란 힘들다.
그러나 맛있는 회를 먹겠다는 순수한 목적을 잊지 않는다면 다른 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맛을 좀 더 많이 알게 되고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사람 전문가는 더더욱이 아니다.
한길 사람 속 조차 알기 힘들다.
그렇지만 좋은 관계들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여러 다름을 만나는 속에 그 정답지를 여러 번 만나게 될 것이다.
생선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무언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오늘 조금 다른 친구들과 새로운 모양을 가진 생선회를 나눠 먹었다.
회는 맛있었고 만남의 시간은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 주었다.
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첫 번째 가게에서 사느냐 마지막 가게에서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좋은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사람들을 판단하는 기준을 버릴 때 비로소 가능할지 모르겠다.
오늘 수산시장에 간다면 조금 다른 방법으로 그동안 먹어 보지 못한 다른 모양의 회에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새로운 만남을 원한다면 당신의 편견 속에 배제해 왔던 조금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려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