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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준 May 20. 2024

다이어트

©Pexels/헬스장 트레드밀 위에서 한 남성이 달리고 있다.

요즘 살이 찐다는 것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체험 중이다. 내 나이쯤 누구나 경험한다는 나잇살일 수도 있고 이런저런 핑계로 느슨해진 몸 관리 때문일 수도 있겠다. 늘어나는 체중이나 살들에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움직임이 둔해지고 만성적인 피로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난생처음 다이어트 목적의 운동을 실행 중이다.


뛰고 달리고 구르고 당기고… 틈만 나면 유산소 운동을 하려고 체력 단련실을 찾는다. 전에 비해서 숨도 더 가쁜 것 같고 더 빨리 지치는 것도 같지만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 떨어진 체력이 회복되어 가는 잠시간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속도계와 지속시간의 숫자들은 귀엽게 줄었지만, 줄줄 흐르는 땀과 터질 것 같은 심장의 비명은 분명 오늘의 운동은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날도 다음다음 날도 달리고 그다음 날엔 달리는 시간도 조금 늘려가며 일주일을 보낸다. 자신감과 확신을 잔뜩 담아 올라선 체중계의 숫자는 7일 전에 보았던 바로 그 숫자 그대로이다. ‘저울 오류인가 보다!’하고 다시 올라서 보지만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 ‘아하! 지방은 줄었지만, 근육량이 늘었나 보다!’하고 체질량지수를 재어보지만, 그 또한 큰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는다.


일주일을 또 달리고 그다음 일주일도 더 달리고 나서야 체중계의 눈금이 살짝 변하는데 그마저도 회식 한 번 제대로 하고 나니 제자리다. 매일매일 난 사점을 넘나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몸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지방 덩어리들의 감정은 나와는 많이 다른 것이 분명했다.


달리고 또 달리고 또다시 달리고 또 달리고…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갈 때쯤 체중계의 숫자에서 킬로 단위의 변화가 비로소 감지되었다. 여전히 만족할 만한 변화는 아니었지만 그제야 깊은 답답함이 걷히고 내 몸과 겨우 대화가 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내 몸인데 내가 내 몸 설득하는 것도 이렇게 어렵나?’ 난 내 몸속에 지방을 줄이고 싶었고 내가 솔선수범해서 힘들게 달리면 그 녀석들도 같이 힘들고 스스로를 줄여갈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의사를 지방에 전달하고 동의를 끌어내고 마음을 돌리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내 몸에 더 머무르려는 그들의 생각은 나와 정반대에 있었고 그들 또한 나를 설득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운동보다는 편안한 쉼을 권했을 것이고 그 시간 또한 짧지 않았다.


산다는 건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가족 안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내 생각과 다른 생각들 사이에서 타협하고 설득하며 지낸다. 때론 다정하게 때로는 강력하게 때로는 탄탄한 논리로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큰 노력 없이 합의점을 찾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마음을 다하고 온 노력을 다해도 다른 생각들과 접점을 찾기 힘들다. 내 몸 하나 설득하기 힘든 나약한 나에게 어쩌면 당연하다. 나를 이해시키는 것보다 다른 이를 설득하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다이어트 시작 석 달이 지나고 내 몸의 지방들은 내 마음과 노력에 조금씩 빠른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조급히 서두르거나 쉽게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설득하는 것도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하고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누군가 내 생각대로 변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다이어트를 생각해야 한다.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면 내 몸의 지방은 줄어갈 수 있고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면 운동의 강도를 높여야 할 수도 있다. 만약 그래도 더 이상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건 내 생각과는 달리 내 몸에 필요한 만큼의 적당한 지방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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