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지 않아도 빛나는

by 안승준

1주일에 하나씩 끄적이듯 적은 글들이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기면서 500여 편이 되었다. 허핑턴포스트에 처음 글을 올렸고 몇 년 전부터는 자리를 옮겨 브런치와 인디고에 연재할 기회가 생겼다.


우연히 참가한 여행 프로젝트의 후기를 적어달라는 권유로부터 출발한 글쓰기는 마치 나의 일기처럼 나의 답답함을 담아내고 기쁜 일을 기록하고 생각들을 적어 갔다. 전문 작가들처럼 화려한 글솜씨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을 정하고 꾸준히 글을 쌓아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놀이동산이나 비행기에서 탑승 거부를 당했다는 칼럼은 기자님들의 도움으로 재생산되고 부당한 제도를 개선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대영박물관의 비너스를 만졌던 일화는 예상 못 한 커다란 관심을 받으면서 방송에 출연해서 강연하는 기회를 주었다.


힘들고 가슴 아픈 시간엔 격려와 위로의 댓글을 받았고 작은 기쁨도 크게 공감해 주는 독자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너무도 진하게 남아있는 내 과거의 행적은 지금의 아내에겐 속상함이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가 부부가 되는 과정에서 내 생각과 진심을 전하고 결혼을 하게 되는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몇 번의 제안과 몇 번의 실패를 거친 끝에 드디어 내 글들을 엮은 책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눈부시지 않아도 빛나는》이라는 제목이 붙은 나의 첫 책에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행복을 찾아가는 나의 이야기가 빽빽이 담겨있다.


짧지 않은 시간이 기록된 페이지에는 나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내밀한 진심이 수록되었다. 원고를 검토하면서 그간 적기만 하고 읽어보지 못했던 나의 글들을 차분하고 꼼꼼하게 읽고 있다. 어떤 것은 생생하게 기억나기도 하지만 어떤 글은 나 아닌 이의 글을 읽는 것처럼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굳게 다짐했던 결심도 눈물 나도록 감사했던 일도 어느새 잊히고 흐려진 채 켜켜이 쌓인 원고 틈에 묻혀있었다. 눈물 나게 힘들었던 날도 울컥하고 억울하고 분했던 날도 기억 속엔 아스라이 남아있지만,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낸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가며 다시금 작은 다짐들을 읊조렸다. 감사한 이들과 그 순간들은 곱씹어 되뇌며 더욱 진하게 새기기로 한다. 속상하고 가슴 아픈 일들이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읽힌다는 것은 오늘의 힘든 시간도 언젠가 무뎌진다는 메시지를 속삭여 주었다.


처음 보이지 않게 되었던 암담했던 때부터 아내와 햇살이와의 단란한 가정을 꾸린 오늘까지 내겐 되돌아봐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보이지 않는 눈 가지고도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은 이런 날 저런 날이 조용히 쌓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함에 더 예민해야 했고, 손해와 아픔에 더 무뎌져야 했다. 이름 없는 작가의 부족한 필력이지만 누군가에겐 어쩌면 읽어볼 만할 수 있겠다는 수줍은 자신감이 드는 것은 사람들에겐 평범함 이하로 생각되는 보이지 않는 내 삶에서 찾은, 소소하고 덤덤한 행복의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내세울 만한 특별함이 없어도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견디는 인내와 예민한 감사함은 오랜 시간 속에 살만한 인생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나처럼 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사는 누구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힌트 정도는 주고 싶었다.


보이지 않아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많이 가지지 못해도 넉넉할 수 있고 눈부시지 않아도 빛날 수 있다. 세상의 작은 행복을 바라는 이들에게 건네는 대화가 "눈부시지 않아도 빛나는"이라는 이름으로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나는 나로 태어난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조금 다르게 사는 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살짝 눌러주시기를 부탁드린다.

https://www.yes24.com/campaign/01_Book/yesFunding/yesFundingBook.aspx?EventNo=26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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