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라고 하면 일반 학교 아이들은 당연히 올 이유도 입학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우리 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몇몇 아이들은 본인도 맹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는 이야기하곤 한다.
가족처럼 단란한 분위기와 다양한 프로그램들, 그리고 친절하고 상냥한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매력을 느낀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전학을 올 수는 없기에 그런 마음은 그저 바람으로 끝나곤 한다.
며칠 전에도 우리 학교 분위기를 경험한 한 학생이 맹학교로 전학을 올 수 있는 방법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 농담이라 치부하기엔 진지한 물음에 어떻게 답변을 주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교실에 있던 제자 녀석이 나 대신 입을 열었다.
"여기에 입학하려면 장애인 자격이 있어야 해. 너는 좀 어려울걸"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거나 장애인이 되었다는 말은 흔하게 들어보았지만, 장애의 자격이란 말은 처음 듣는 신선한 것이었다. 자격이라고 하는 것과 장애라고 하는 것이 한 문장 안에 존재하는 것이 나에겐 어색했지만, 복지 카드까지 꺼내 보이면서 입학 자격을 논하는 제자 녀석에겐 그 자격에 대한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당당히 자격을 논하는 우리 학교 아이와 그 자격을 얻지 못함에 대해 아쉬움을 가득 표현하는 일반 학교 아이의 모습은 생경한 것이었지만 어쩌면 내가 평소 바라던 이상향이기도 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신체 변화를 평범한 자격의 상실로 보는 시선은 뒤집어 보고 싶었다.
운전면허, 교사 자격, 의사 면허처럼 의도와 노력으로 얻어진 것은 아니지만 장애의 자격도 어떤 면에서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특별한 것으로 여겨진다면 밑도 끝도 없이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인식의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수많은 차 속에서 안전하게 목적지로 차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운전의 기술을 갖추고 자격을 획득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지만 지팡이 하나로 비장애인에게 적합하게 설계된 길을 찾아다니는 것도 그에 비길만한 자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의사면허는 꽤나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해야 얻을 수 있지만 부족한 점자 교재로 다른 이들과 경쟁하는 시각장애인의 학습환경도 아무나 할 수 있는 난도가 아니다. 무엇보다 온갖 차별과 편견 그리고 원치 않는 시혜와 동정의 시선들을 견디며 일상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내는 것은 특별한 자격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족을 위해 장거리도 늦은 밤도 웃으며 운전하는 이의 뒷모습은 닮고 싶은 멋짐이다. 이렇다할 끼니도 때우지 못하며 생명 살리는 일에 한 몸 던지는 의사 선생님의 자격 또한 존경스럽다. 그것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장애 가진 상태를 되돌릴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멋짐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진정한 장애인 자격을 부여해 주고 싶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해를 훌륭하게 살아낸 모든 소수에게 새해 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