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여성의 적이 아닙니다.

by 안승준

요즘 학교에는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연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폭력 예방교육, 정보통신 윤리교육, 청렴교육, 장애인식 개선 교육, 흡연예방 교육 등은 연간 일정 속에 더 이상 넣을 곳이 없을 만큼 빼곡하게 시간표를 채워가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의무의 시간들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사회 전체의 인식이나 감수성을 높인다는 면에서는 동의하므로 최대한 즐거운 마음으로 들으려는 노력을 매번 하곤 한다.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도 그 중 하나여서 며칠 전에도 전체 교직원은 외부강사가 초빙된 대강당으로 집결했다.

오랜 시간 동안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왜곡된 성인식들과 신체적인 약자로서 감당해야 했던 성차별들에 대해 설명하는 그녀의 강의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몇 단어 몇 문장만 들어도 그가 가진 감수성이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 있는지 예상이 될 만큼 강의의 전반은 우리에게 높은 수준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남성성이라는 한계로 인해 약간의 거북스러운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의 부정할 수 없는 내용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례를 들고 실제 있을 수 있을 법한 상황을 이야기하면서는 그의 의도에 대해 조금씩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남성들의 범죄적 행위를 예시로 드는 그의 말들은 마치 그런 정도 계급을 가진 남성들은 대체로 잠재적 가해성을 띄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신체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성이 가지는 성적 공격 욕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나이가 들면서는 힘이 빠지므로 그 보다 약한 아동들로 타깃을 옮긴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웃음을 그치지 않고 말을 이어가는 그의 발언들은 남성의 전 생애를 성적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공통된 집단으로 단정하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힘이 빠진 노인의 이야기를 할 때는 조롱하는 듯해 보이기까지 했다.

법적 처벌에 대한 사례에서도 "몸이 너무 피곤해서 누가 어깨 좀 주물러 줬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는 여성에게 선의로 안마를 해주는 두 남성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유명하고 잘생긴 남성이라면 고마움을 느끼겠지만 만약 당신이라면 "너라서 안됩니다."라는 불특정 다수의 남성에 대한 외모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짧은 시간 내에 그가 설명하고자 한 것이 법에서 보장하는 여성의 선택권이자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다소 모호할 수 있는 개념이라 단순하게 설명한 것이라는 것까지는 알겠지만 강연을 듣는 사람의 입장으로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인권이라는 것은 하나의 인격체가 다른 객체에 대해 존중해야만 하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나 혹은 내가 속한 집단이 존중받아야 할 만큼 소중하다면 다른 집단에 대해서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존중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감수성을 높이는 이유도 그동안 억압받았던 약자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위에 서기 위함이 아니라 서로 인정하고 동등한 권리를 나누기 위함인 것이다.

성인권도 그런 의미에서 남성 전체를 잠재적 가해자로 몰거나 인식이 떨어지는 저급의 집단으로 조롱하는 것은 대립을 지속시키는 효과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스스로도 길에 쓰러져 자고 있는 이상형의 남성을 만나면 만져보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것을 행위로 옮기지 않는 것은 개인이 가진 사회적 위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남성이 깨어났을 때 본인을 공격할까 봐에 대한 두려움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남성에 대해 성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유는 그 자체가 옳지 않은 행동이라서가 아니라 깨어날지도 모르는 남성이라는 존재가 근본적으로 성적 공격성을 띄고 있는 악한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이 가지는 동문으로서의 본능적 욕구로 인해 신체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성들에게 성적으로 고통받은 여성들의 사회적 피해들도 보상하고 예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다소 법이 여성에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남성에게 억울할 수 있는 측면이 있더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유가 모든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라거나 여성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적대적 인격체라고 설명한다면 인정할 수도 없고 매우 불쾌하다.

그는 여성의 성인권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무대에 서는 강사였다.

그는 남성들에 대해서도 꽤나 높은 수준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남성과 여성은 적이 아니다.

공격하고 대립하는 것은 상생을 위한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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