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기온이 영하 언저리를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올해도 수능의 시즌이 다가온 것을 느낀다.
요즘은 수시 비중이 높고 수능점수 반영비율도 확연히 낮아진 대학들이 많아서 학생들에게서 예전만큼의 긴장도를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10대 학생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인생 최대의 관문인 듯 느껴지는 듯하다.
이 시기가 되면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전공하지도 않을 과목들까지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야만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나도 어릴 적 그 나이 그 시기에 같은 궁금증과 불만 가졌던 학생이었던 터라 그 심정이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이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논리적 분석과 냉철한 비판은 아니라는 것은 알기에 수학능력시험의 대략적 목적에 학생들을 위로하는 마음을 더하여 적당히 편을 들고 달래주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는 한다.
수능은 각각의 과목들의 점수 자체가 평가되기도 하지만 그 이름처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과정 평가이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전공할 내용은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의 기본적인 지식들을 교양으로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문화를 이해하는 목적으로 출제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아랍어나 일본어를 전공하지는 않더라도 관련된 과목을 준비하면서 외국어를 습득하는 기술을 터득하고 그 나라의 다른 문화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곤 한다.
제2 외국어를 택한 학생들 중 극소수는 그 나라나 그 나라의 언어에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하겠지만 대부분은 수능시험의 종료와 함께 관련 공부도 끝을 맺는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의미 있는 것은 학습과정에서 알게 되는 다른 문화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다름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랍어를 공부한 친구들은 그 언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해도 서구 언론에 의해 왜곡된 정보만 접했던 친구들에 비해 그 나라의 전통과 긍정적 요소들에 대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제안하는 한 가지가 점자나 수어의 수능 과목 채택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점자나 수어는 평생 사용할 필요가 없는 문자이자 언어체계일 것임에 분명하고 그러기를 나도 바란다.
그러나 그것들을 공부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은 외국인은 아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는 그들에 대한 이질성은 외국인에게서 느끼는 감정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이 다를 것 같고 많이 부족할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개개인이 가지는 인성이나 지식에 기초한다기보다는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한 추측이나 선입견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식 교육의 의무화로 많은 기업이나 학교들에서 관련 시간을 마련하고 교육하고 있지만 집중도나 몰입도를 생각하면 수능의 과목을 공부하는 것에 비하지 못한다.
만약 점자가 수능 과목이라면 학생들은 점자와 시각장애인에 대해 최선을 다해 공부할 것이다.
그 친구들은 특수교사나 사회복지사가 되지는 않더라도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고 잘못된 점자 안내표지를 고쳐달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어를 공부한 학생들은 긴급재난 방송에 수어 통역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것이고 문자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곤란함을 느끼는 청각장애인에게 수어 통역을 해 줄 수도 있다.
다름을 이해하는 것은 서로를 공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전공 수준의 지식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이지만 올바른 경험과 지식들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외국에 방문했을 때 이국땅에서 낯선 외국인의 입에서 나오는 몇 마디의 한국말에 감동하고 친근함을 느낀다.
한국의 음식을 말하고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몇 단어라도 덧붙인다면 우리는 길지 않은 시간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외국어를 공부하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그것이고 수능에서 다양한 제2외국어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많은 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신체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지만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것들도 많다.
점자와 수어를 수능 과목에 선택과목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의 다름에 대한 인식은 빠른 시간에 급속도로 그 수준을 높여 갈 것이고 우리는 좀 더 평화로운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