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참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계절의 시간이 되었다.
집에만 있기는 아까운 주말이라 마음 맞는 친구들과 나도 오랜만에 나들이 인파가 되어보기로 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멀리 가기는 그렇고 가까운 교외 공원 정도로 목적지를 정했다.
서울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코 끝으로 들어오는 맑은 공기와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아닌 흙을 밟는다는 느낌만으로도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 인류가 '힐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어묵도 번데기도 서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먹거리인데도 왠지 소풍 와서 먹는 그것들은 특별한 설렘을 더해주었다.
약간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선 공원에선 싱그런 가득한 풀내음 꽃내음들이 상쾌함의 의미를 알려주고 있었다. 손 끝으로 전해지는 풀잎의 느낌들도 발바닥이 전하는 낙엽의 소리도 멀지 않게 들려오는 새소리까지도 오늘의 외출이 가지는 긍정의 의미를 더해 주었다.
예상과 조금 다른 것이 있었다면 우리가 지나는 경치들이 변해가는 동안 몸으로 느껴지는 경사도도 증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식물들의 이름이나 설명들에서 '고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걷고 있는 땅이 평지가 아닌 산이라는 증거였다.
땀방울이 살짝 맺히려고 할 때쯤엔 벌써 정상에 다다를 만큼 엄청난 등산로는 아니었지만 선선한 바람 부는 날씨에도 얼음 섞인 음료가 맛나다고 느낄 정도의 칼로리 소모는 필요했다.
오름의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내려가는 길엔 또 다른 길에 기대감을 품고 다른 하산로를 택해 보았다.
오르던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 있는 길을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난 발끝으로 전해지는 느낌만으로도 뭔가 큰 다름을 느끼고 있었다.
울퉁불퉁하지 않은 평탄한 길, 넓고 일정한 경사의 내리막길! 그것은 바로 휠체어를 위한 경사로였다.
두 다리의 힘으로는 정상까지 오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또 다른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안정적인 접근성을 고려하다 보니 자연 그대로의 화려한 경치를 모두 옮겨놓을 수는 없었지만 그 길이 시작되는 곳도 끝나는 곳도 같은 출발이고 같은 정상이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도, 유모차와 함께하는 가족들도, 그날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그 길을 이용하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문득 세상도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오를 수 있는 이들은 스스로 오르고, 눈이 불편한 사람들은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다리가 불편한 이들은 조금 다르게 오르지만 모두가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세상 말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경치, 귀로 들을 수 있는 새소리, 같은 길로 가야 하는 작은 부분은 내려놓더라도 정상으로 갈 수 있는 길 정도는 보장된 그런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정상까지 갈 것인지 중턱에서 쉬다 올 것인지 그도 아니면 낮은 곳의 경치로도 충분히 만족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원한다면 할 수 있는 방법 정도는 제공하고 있는 세상이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두에게 같은 길로 오르라고 하면 오르는 사람과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세상도 그렇다. 같은 기준으로 사람들을 나눌 때 옳은 사람과 틀린 사람, 정상인과 장애인이 생기는 것이다.
조금 다른 이들에겐 조금 다른 방법을 마련해 줄 때 우리는 그냥 모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주말의 가벼운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나의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가득했다.
나와 함께한 친구들의 얼굴도 그랬지만 조금 다른 길로 내려온 다른 이들의 얼굴도 그랬다.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 조금은 다르게 살지만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