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연애스토리를 듣는 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의 사연을 듣고 상담하고 조언해 주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요즘은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자극적인 제목들 지나치지 못하고 가끔 편집된 영상들을 눌러보게 되는데 나름 연애고수라고 자칭하는 페널들은 "남자들은 말이지요..." "여성들은 말이지요." 하면서 단 두 가지로 나누어진 집단의 공통된 특성을 꽤나 진지하게 설명한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과 연애를 해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얼마나 많은 통계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그들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직접 만나본 몇몇에게만 한하는 부분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설령 짝꿍으로 만났던 상대마저도 그들은 서로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쪽에 난 자신 있게 배팅할 수 있다.
사람은 엄격히 객체로 존재하고 각각은 고유한 특성들을 가지는데 그것을 성별이라는 두 가지 분류로 단순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고유한 특성이라는 것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하기도 해서 "남자들은 말이야..." "여자들은 말이야..." 하는 이야기들은 그냥 그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정도 이상으로는 생각할 가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방송들이 시사교양 아닌 예능이라고 불리는 것이기도 하겠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예능 아닌 실제 삶에서도 근거 없는 확신을 담아 몇 가지 부류로 나누고 그들의 특성을 단정 짓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른들은 전라도 사람 경상도 사람 강원도 사람 서울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 너무도 자신 있게 몇 가지로 요약해 주시고는 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분들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그 지역 사람들을 만나본 경험은 내겐 별로 없다.
오히려 "누구누구는 경상도 사람 같지 않게..." "누구누구는 전라도 사람 같지 않게..." 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훨씬 더 많은 걸 보면 어르신들 스스로도 그러한 분류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삶으로 증명하는 경험을 꾸준히 하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군가를 단순하게 나눌 때는 무언가를 칭찬하기보다 비하하기 위한 목적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집단들을 이야기할 때는 그리도 자신 있던 분들이 스스로의 고향인 "충청도 사람들은 말이야..." 할 때는 핏대를 세워가시며 화를 내시고 부정하셨기도 했다.
그것은 "여성들은 말이야..." "남성들은 말이야..." 할 때도 대상이 되는 남성이나 여성들의 입장에선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 19라고 하는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는 요즘 사람들은 갑자기 중국 전문가가 된 것 같다.
언제부터 그렇게 열심히 연구하고 자료를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삶과 민족적 특성까지 어설픈 역사적 배경을 담아 설명한다.
"그 놈들은 원래부터 게으르고 비위생적이고 의뭉스럽고..."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결과적 상황과 출처 모르는 카톡들이 근거의 전부라고 여겨지는 얕은 주장들은 둘이 되고 셋이 되면서 학설이 되고 사실인 듯 전파된다.
나는 중국인이 아니고 나의 가까운 주변에도 중국과 관련 한 사람이 없을 때는 그 자신감은 몇 배로 커지고 10억 도 넘는 모든 중국인을 하나의 특성으로 묶어서 혐오한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서구 언론에서 극동 아시아를 싸잡아서 같은 특성으로 몰아세울 때는 갑자기 정색하고 객관성이 무엇인지를 말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나 서구인들이 동양 사람들을 말하는 방식이나 조금의 차이도 없어 보이는데 이 쪽 편에서는 자신 있게 웅변을 하다가 저 쪽 편에서는 객관성을 논한다.
대구와 경북에서 유행이 시작했을 때는 그들의 탓이고 우리 동네로 확산되었을 때는 또 다르다.
다른 종교집단에서 감염이 번지면 하늘의 심판이고 우리 종교에서 그렇게 되면 사탄의 시험이다.
감염병은 바이러스의 전파에 의해 걸린다는 기본적인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원래 특성이 병에 잘 걸리게 되어있고 나는 그렇지 않은 집단이라는 구분이 말도 안 된다는 사실도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우리는 손을 깨끗이 소독하고 마스크를 쓰고 여러 가지로 조심하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감염된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런 노력 따위 하지 않은 우리랑 다른 부류라는 구분은 위험하다.
"그 인간들은 말이야..."는 비하는 언제든지 나를 향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성별이나 지역 혹은 인종이 같을 때 아주 작은 공통점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말 작은 부분이다.
어떤 특성으로도 대상을 완벽히 구분할 수 없다.
백인은 말이야...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은 말이야... 여성은 말이야... 장애인은 말이야... 요즘애들은 말이야... 중국인은 말이야... 은 모두 틀렸다.
연애 잘하고 싶다면 남의 말 듣기보다 옆에 있는 사람에 집중하면 된다.
코로나가 무섭다면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 떠드는 그 입부터 마스크로 막고 손이나 잘 씻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