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인가 분노인가 (ft.예민한 부동산 이야기)
최근 만난 지인이 주택 청약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무려 700:1의 경쟁률을 뚫은 ‘로또 청약’이었다. 서울 한 복판 핵심 지역인데 심지어 규제 전 발표라 대출도 나오고 실거주의무도 없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면서 듣는데 ‘왜 나는?’ 이란 분노와 함께 부러움, 시기, 질투의 감정이 들었다.
내가 느꼈던 핵심 감정을 정의 내려보면 시기는 남이 잘되는 것을 샘하여 미워함이고 질투는 1)좋아하는 이성 사이에서 상대방이 다른 이성을 좋아할 경우 느끼는 감정이 있고 2)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 따위를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함이다.
둘 다 상대방의 잘됨을 미워하는 감정이 내포 돼있다. 시기, 질투 둘 다 유의어처럼 검색이 된다.
영영사전을 찾았다.
Jealousy: a feeling of unhappiness and anger because someone has something or someone that you want (Cambridge University)
조금 더 직접적으로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것이나 원하는 사람을 가지고 있을 때 느끼는 불행과 분노라고 명시 돼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중요했거나 자신이 원했던 것이기에 그런 ‘불편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분노, 미움까지. 내 것이 아닌데 내가 원했던 것이기에 부러워하고 내리깎고 싶은 이 왠지 모를 열등감, 패배감, 박탈감. 그러한 감정들은 어쨌든 나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는 소리다. 감정은 그렇게 나에 대해 알아차리는 시그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것을 잘 포착해서 원동력으로 에너지를 잘 쓰면 자신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부동산은 참 민감하고 예민해지는 주제다)
그런데 이 질투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자주 인생에서 끊임없이 느끼게 된다. 질투라는 감정을 살면서 안 느껴본 사람이 있을까. 그 강렬한 감정에 순간 내 뇌가 꼬여버리기도 하고 말도 의도한 바와 다르게 나올 때도 있다. 괜히 툭툭 상대방을 내리깎는 말을 하게도 만든다. 그리고 질투는 오히려 가까운 대상에게서 느끼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열등감 폭발하는 말만 내뱉으며 사이가 어색해질 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그 감정이 들 때 어떻게 그것에 좀 더 매끄럽고 우아하게 대처하고 승화시킬지 미리 고민해두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질투라는 순간의 감정이 관계까지 삼켜버리지 않도록. 나라는 사람까지 내리깎지 않도록.
일단 나의 대처는 ‘무조건’ 그 일을 축하한다. 비꼬지도 말고 내리깎지도 말고 무조건 축하한다. 축하할 일은 축하해야 한다. 감탄하고 축하하고 상대방을 응원한다. 그리고 웃으며 물어본다. (가능하다면) ‘어떻게?’ 그 일을 달성했는지. 그 다음은 혼자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다보면 다시 나만의 가치, 나만의 삶의 방향을 되짚어 보게 된다. 그러면 나는 다시 삶에 집중하며 내 나름대로의 목표와 가치를 갖고 최대한 ‘나 자신’으로 살 수 있게 나를 돕는 데 집중한다.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감정은 순간적이고 또 매번 다르게 와서 나에게 흔적을 남기고 또 그렇게 배워가기에… 질투에 너무나 걸맞는 시가 있어 읽다가 거의 눈물이 날 뻔했다.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나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하느라 허송세월 나를 사랑하지 못한 시간들을 살고 있지 않았나 다시금 되돌아보며 나 또한 매번 다짐할 뿐이다. 인간적으로 그렇게 흔들렸다가도 결국 나로 돌아와야 한다. 내가 이렇게 감정을 기록하고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록하며 되돌아보는 일은결국 다시 나로 살기 위한 나만의 방법 같다. 나를 사랑하고 나의 삶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하여 오늘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