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3 Record

나에게 꼭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아서

2023년 2월 20일 월요일, 맑음

by 감우

2023년이 되고 나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곳은 '기록'이다. 아웃풋이 없는 인풋은 너무 쉽게, 너무 금세 소멸돼 버린다. 그것들을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싶었다. 효율적인 기록 생활을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노션, 엑셀, 굿노트 등) 불렛저널 기록 방식이 그나마 나와 잘 맞는다고 느낀다. 기록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좀 더 알차게 살도록 유도한다. 쌓여가는 기록을 보고 있으면 제법 쓸모 있는 인간이 된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기록은 가끔 사람을 지치게 한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밑줄 친 문장 필사를 하고, 완독 로그에 짤막한 정보와 감상평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서평을 남긴다. 내가 어떤 책을 언제 읽었는지, 읽은 직후의 감상은 어땠는지 전부 망각해 버렸던 전과 달리, 이제는 기록을 통해 모든 것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책 한 권 읽는데 따라오는 부수적 과제가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아침에 써 둔 투 두 리스트는 저녁의 나를 지치게 하고, 데일리 트래커는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나를 상시 노출시킨다. 일을 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뿐인데도 왠지 죄책감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하기 위해,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나의 쉼도 잘 지켜졌나 돌아보게 되는 날이다. 오늘 내가 하려던 일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핸드폰만 보다가 이 시간이 되어서야 뭔가를 쓰고 있어서 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내가 핸드폰 작은 화면으로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하염없이 인스타 피드를 내리면서도 마음 한편에 묵직하게 매달려 있던 죄책감이 문제다. 퇴근하고 좀 놀겠다는데, 이게 그렇게 찝찝할 일이냐고!


조금만 더 놀고, 조금만 더 보고, 하다 보면 시간은 쏜살 같이 흐르고, 어느새 자야 할 시간이 됐는데 편하게 잠들지도 못한다. 그렇게 취침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수면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해야 할 일을 전부 해 낸 날의 성취감은 나를 기쁘게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한 날의 나도 기뻐하며 하루를 마무리한 적이 있던가? 쉬는 것도 투 두 리스트에 적어놓아야 죄책감 없이 쉴 수 있을까? 얼마 전 읽었던 롱블랙 노트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최고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의도적인 연습과 1만 2500시간의 의도적인 휴식 그리고 3만 시간의 잠이 필요하다.

<일만 하지 않습니다>_110p

독일의 철학자 요셉 피퍼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가는 단순히 '남는 시간의 결과'가 아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태도, 내면의 차분함'이라고 말한다.

<여가와 경신> 중에서

열심히 사는 법은 배웠는데 잘 쉬는 법은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이제는 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겠다. 죄책감 없이 드라마 좀 보고 싶다고!


\ 글씨 연습은 드라마 보면서도 SSAP 가능

쓰기를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딥펜은 생각보다 쉽고 또 생각보다 어렵다. 닙도 길을 들여야 한다던데, 아직까지는 닙을 잘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딥펜 가지고 노는 게 아직까지는 매우 재미있음!

그나마 오늘 제일 마음에 들었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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