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3 Record

기묘한 서점 도난 사건

그리고 카쿠노 만년필 예찬

by 감우

2023년 3월 4일 토요일

- 출근

- 롱블랙데이


서점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책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습관적으로 손님을 의심하게 된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책이 엉뚱한 자리에 가 있는 것으로(물론 이것도 손님들의 짓이긴 하지만), 손님을 도둑으로 의심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는데, 오늘은 정말 기묘한 사건이 발생했다. 종일 정신없이 돌아친 하루였기에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서가를 정리하고 빠진 재고들을 채워 넣을 수 있었는데, 한국사 문제집 두 권, 그러니까 상/하권 각 1부씩의 부록이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부록은 이제껏 정체를 알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그냥 뭐 해답집이겠거니 생각하던 존재였는데, 오늘 보니 그것은 바로 핵심 요약집이었다! 핵심만 쏙 빼가다니... 고얀 것. 워낙 많이 판매되는 책이라 일일이 검수하여 꽂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부록만이 누락된 파본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을뿐더러, 너무나 절묘하게 상/하권 각 1부씩 문제가 생긴 것을 보면, 이번엔 확실히 도벽 있는 손님이 정신없는 틈을 타 일을 저질렀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서점의 물건들을 훔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손쉽게.

그러나!

직원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본인의 양심을 속이진 맙시다!


오늘은 밀려 있는 롱블랙 노트들을 읽고 기록하는 날이지만, 어제 하다 만 책상 정리를 위해 수납 용품을 한껏 사 왔으므로, 정리를 마저 하기로 했다. 결론은 오늘 할 일을 못했다는 말. 그래도 어제 완독 한 <질투의 끝 : 마르셀 프루스트 단편선> 밑줄 필사를 끝냈다. 더이상 계획이 틀어지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되었다. 어차피 계획은 틀어지라고 세우는 것이고, 루틴이 어그러진다고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


[포인트 오브 뷰]에서 사 온 파이롯트 카쿠노 만년필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지금껏 써 본 만년필이라곤 3,000원짜리 프레피뿐이니 그것과 비교해 보자면, 같은 EF촉이지만 카쿠노가 훨씬 세필이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글씨도 더 예쁘게 써지는 느낌..! 뭐, 나름 가격이 다섯 배이니 당연히 더 좋아야 옳은 처사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은, (평소 애정해 마지않던) 나의 불렛저널, 몰스킨은 만년필과 궁합이 매우 별로다. 오늘 데일리로그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

"내가 몰스킨을 배신하게 될 줄이야!"

지금 쓰는 몰스킨 노트를 다 쓰면 다음 불렛저널로는 로이텀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책상 정리를 하다 발견한 단어들. 무인양품 단어장(원형 고리에 연결된 직사각형의 작은 물건)에 적어 둔 것인데, 생각보다 보기도 불편하고 잘 꺼내 보지도 않게 되어서 (또 책상 정리하다 발견한) 미니 노트에 옮겨 적기로 했다. 이것도 만년필 쓰기에 좋은 노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쓰고 싶어서 카쿠노로 적어 보았다. 비침이 심해서 한면만 쓰기로! 노트의 도트가 너무 짙어서 잉크 컬러가 블랙이 아닌 다른 컬러였으면 더 좋을 뻔했다.


책상 옆 선반들도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잠드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시간 관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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