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3 Record

시간과의 전쟁에 종전을 선언한다

롱블랙 노트를 읽고 느낀 생각

by 감우

2023년 3월 5일 일요일

- 출근

- 프리 루틴


롱블랙에서 요즘 나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인 시간 관리에 관한 노트를 읽었다. 24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많이 하게 되었는데, 평균 수명을 80으로 잡았을 때, 인생에 허락된 시간을 주로 환산하면 4000주라고 한다. 동명의 책을 주제로 구성된 노트였는데 공감되는 문장이 너무 많아 불렛저널을 자그마치 두 페이지나 할애했다.

세상은 경이로운 곳이다. 하지만 생산성과 효율의 노예가 되어버린 현대인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결국 더 많은 경이로운 세상을 경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듯하다.

- <4000주>_6p -

'생산성'이라는 말이 공장지대를 벗어나 우리의 삶으로 들어온 것은 'N잡'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이후 아닐까 싶다. 제 몫을 성실히 해내던 사람들을 집단적 안일주의자들로 취급해 버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대다수 사람들의 마음에 조그마한 균열이 생겨났다. 회사를 다니고 월급을 받아 한 달을 사는, 지극히 보편적인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가며 물리적으로 늘릴 수 없는 하루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불가능해 보이는 업무량을 쏟아부어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다.

- <4000주)_7p -

서점에서 내가 일하는 층은 수험서 코너로 분류되어 있는데, 가끔 고3 학생들이 안내판을 보고 우리 층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그맘때쯤 학생들은 세상에서 자신들이 유일한 수험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능 문제집이 있는 층에서 한 계단을 더 올라오면, 더 많은 종류의, 더 고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수험서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능 문제집을 찾는 학생이 나타났고, 한 층 아래로 내려가라는 안내를 해주다 문득, 어쩌면 우리는 평생을 수험생으로 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끝인 줄 알았지만 새로운 계단이 나타나고, 그 위에는 더 큰 수험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인생인 걸까?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현대인의 시간개념을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비유했다.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잘 맞췄을 때, 비로소 "나는 잘 해내고 있어"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정당화하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시간을 낭비했다고 자책한다.

- 롱블랙 노트_[4000주 : 시간을 지배하려면, 시간과의 싸움을 끝내라] 중 -

실체 없는 허상에 쫓기며 자처해서 도망자가 되어가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시간은 적이 아니다. 그런데 자꾸만 혼자 싸움을 걸었다가 혼자 패배하길 반복하는 꼴이 새삼 우습게 느껴졌다.


시간이란 우리가 소유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곧 시간'이다. 시간을 통제하려면 시간 밖으로 분리돼 나와야 하는데, 우리는 그럴 수 없다.

- 롱블랙 노트_[4000주 : 시간을 지배하려면, 시간과의 싸움을 끝내라] 중 -


타이틀 카피가 노트의 주제의식을 적확하게 담아내고 있다.

시간을 지배하려면 시간과의 싸움을 끝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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