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매거진 [2023 Record]에 올리는 글은 제목을 달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가벼운 일기이자 기록인데 전체를 통합하는 제목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제목에 얽매이게 되는 것 같다. 꾸준한 기록을 위해 스트레스 요소를 없애는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 중이다. 제목을 달지 않으니 여기 올리는 글은 사실상 아무도 안 읽을 확률이 높고, 읽더라도 극소수의 착하신 분들만 찾아주시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 주는 것보다 꾸준히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스스로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남편은 잠꼬대를 많이 하는 편인데, 꿈속에서 그는 대체로 화가 나 있다. 깨어 있을 때보다 잠들어 있을 때 훨씬 더 말을 잘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가 잠결에 터트리는 분노가 나를 향하는 것 같을 때가 상당히 많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럴 때마다 왠지 뜨끔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진다. 방금 들은 잠꼬대는 이랬다.
"네가 나한테 관심이나 있니? 내가 뭘 하든 넌 관심도 없잖아. 솔직히 안 그래? 신경 쓰는 척 좀 하지 마."
종일 양손에 책을 한가득 쌓아 올리고 계단을 뛰어서 오르락내리락했더니 체감상으로는 못해도 2kg는 빠졌을 듯싶다. 내일은 내가 쉬는 날이라 혼자 일하게 될 동료 M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M이 쉬는 금요일이 훨씬 더 걱정이다. 주말에 책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금요일은 평소의 두 배 가량의 책이 입고된다. 전공 도서들은 어지간히도 두껍고 무거워서, 그것들을 이고 지고 다니다 보니 손목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을 한 손으로 집어 봉투에 담아 주는 작업이 손목에 가장 무리가 많이 간다.
어제 <서점 일기>를 다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패했다. 브런치 글을 먼저 올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진 것인지 평소보다 일찍 졸음이 찾아왔다. 어쩌면 중노동을 해서 피곤했던 것일 수도. 이제 정말 몇 페이지 안 남아서 오늘은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기 시작했다. 살짝 유치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맘 잡고 읽으면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른 다 읽고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다음 읽을 책 1순위에 올려두었다. 다만 상/하권 합본이라 두께가 거의 벽돌책 저리 가라다 보니 들고 다니면서 읽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 휴대용 책을 한 권 사 왔다. 서점에서 일하며 받는 유일한 직원 복지는 책을 원가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최대한 많은 책을 사는 것이 내 목표이다. 읽는 건 그다음 문제다.
'더 모닝 쇼'를 다 보고 또다시 애플 티비 플러스 오리지널(이름이 너무 길다..) 드라마 '테드 라소'를 보기 시작했다. 프리미어 리그가 주 배경이지만 스포츠 드라마까지는 아니고 배경이 프리미어 리그인 시트콤에 가깝다. 나는 스포츠 그 자체보다는 스포츠 정신에 끌린다. 스포츠 문화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팬덤 문화이다. 나의 인생과는 전혀 상관없는 어떤 것에 열광적으로 집중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껏 한 번도 제대로 된 덕질을 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대답 없는 대상에 무한한 열렬함을 쏟아붓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이 부럽기도 하다. 아무튼 드라마는 당당하게 추천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
얼마 전 예고했듯이, 이번 달 첫 구매 책으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판형이 작고 두께가 적당한 것도 첫 구매의 이유 중 하나.
조금 다른 이야기로, 난 정말 책에 붙어 있는 띠지가 너무너무 싫다. 오래된 서점원들 말로는 띠지가 판매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할 리도 없다고 한다. 누군가는 띠지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 미리 사과드린다. 난 정말 저 빌어먹을 띠지를 없애고 조금이라도 책값을 낮추는 게 훨씬 판매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저것들은 여기저기 굴러다니다 결국엔 쓰레기 신세가 되고, 그것들이 모여 지구를 한 뼘 더 병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띠지를 업싸이클할 방법을 모색 중이지만 별다른 묘수는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건 내 책은 아니고, 내일 방문 예정인 친구의 아기를 위한 선물로 구매했다. 읽다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책이다. 친구나 친구의 아기가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봄이 완연하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또 느끼지만 나는 말이 너무 많다.
여기까지 다 읽은 분이 계시다면, 정말 마음 같아서는 커피 쿠폰이라도 하나 보내 드리고 싶다.
그래도 길게 써야 된다, 짧게 써야 된다, 이런 부담감은 이제 갖지 않기로 했다. 지금 나의 관심은 오직 꾸준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