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3 Record

2023년 3월 10일 금요일

출근

by 감우
내가 확실하게 느끼는 이 자아는 아무리 붙잡으려 애써도, 정의하고 요약하려 해도, 고작 내 손가락들 사이로 미끄러지는 물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_알베르 카뮈*

*책,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왜 오늘이 한가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M이 쉬는 금요일에 뭘 기대하고 읽을 책까지 짊어지고 출근을 했을까. 어제 들어온 신간 중 관심이 가는 책이 있어 조금 읽어 보려고 따로 빼 두었는데 서문 두 페이지도 겨우 다 읽었다. 문의도, 예약도 많은 하루였다. 혼자 일하는 날은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서점에서 일을 하고부터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기분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했는데, 내가 일하는 층이 서점의 가장 꼭대기 층이라 더 그런 걸까?


오늘은 비닐 패킹된 도서를 구매한 손님에게 전화가 왔다. 책을 잘못 샀는데 비닐을 이미 뜯었다고 했다. 나라면 절대 해 주지 않았을 테지만, 서점 사장의 아내는 마음이 약해졌나 보다. 결국 교환을 해 주기로 했다. 몇 달 전 옷가게에서 산 옷을 바로 다음 날 포장도 뜯지 않은 처음 상태 그대로 가져갔는데 영수증이 없으면 환불이 불가하다는 한 마디에 바로 포기한 일이 있다. 나도 좀 더 강짜를 부렸다면 환불을 할 수 있었을까? 어쩐지 다른 상품들에 비해 책은 훨씬 더 만만한 대상인 것 같다.


앞서 말한 관심 도서는 바로 이 책!

퇴근 직전 따로 빼 두었던 책을 제자리에 다시 꽂아두고 한 권을 더 주문했다. [잃어버린 나를 찾습니다]라는 매거진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면 역시 사는 게 도리인 듯하다. 난 딱히 올리버 색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그의 대표작 격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거의 새 책의 상태 그대로 먼지만 쌓인 채 책장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아'라는 개념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고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책에서 답에 가까운 무언가를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 2가 공개됐다. '테드 라소' 시즌 3가 공개되는 다음 주 수요일까지 볼 게 생겼다!


- 오늘은 정말 완벽한 봄 날씨였는데, 그래서인지 바쁜 와중에도 기분이 꽤 좋았다. 겨우내 닫혀 있던 서점의 창문들을 전부 열고 환기도 시켰다.


- 영어회화 어플인 [스픽]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내 평생에 클라이밍 다음으로 꾸준히 한 것 리스트에 [스픽]이 오르게 되었다. 왜 [스픽]은 꾸준히 하게 되는 걸까. 명확한 시작과 끝이 있어서가 아닐까 짐작만 해 보고 있다.


** 인용의 인용은 지양하려 했지만, '자아'라는 개념에 대해 내가 아는 한 가장 적확한 표현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인용을 인용하기로 했다. 정확한 페이지 수는 기억하지 못해 생략했다. 아무튼 엄청 초반에 있던 문장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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