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3 Record

2023년 3월 17일 금요일

출근

by 감우
"앞은 파악 할 수 있는 거짓이고, 뒤는 이해할 수 없는 진리였지."*

오늘은 어쩐지 하루종일 멍하고 집중이 안 되는 하루였다. 출근을 했더니 카운터 앞에 남자 손님 한 명이 서 있었다. 카운터 위에 계산이나 문의는 아래층에서 하라는 안내 문구가 떡하니 올려져 있었는데 그는 왜 거기에 서 있었던 걸까. 계산을 해달라길래 외투도 못 벗고 계산을 하려는데 내가 하는 모든 말에 네? 네? 하며 되묻는 것 아닌가. 살면서 목소리가 작다거나 발음이 안 좋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 없는데 말이지. 아무튼 하루가 다소 짜증스럽게 시작되었다.


저녁즈음이 됐을 때 남자와 여자가 서점으로 들어왔다. 컴퓨터 코너에 한참을 서 있더니 여자가 다가와 제목을 대며 책을 찾아달라고 했다. 그 책은 그들이 서 있던 바로 그곳에 있었다. 아무튼 찾는 책을 꺼내 건네주자마자 남자가 계산을 해 달라고 카운터로 쫓아왔다. 계산을 하고 3분쯤 지났을까? 핸드폰 화면을 보던 남자는 민망한 기색도 없이 환불을 요구했다. 모든 말을 되묻던 남자보다 이 남자가 더 심한 짜증을 유발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서점의 잠재 고객님들께 아뢴다. 오프라인 서점에 방문해 책을 구매할 결심을 했다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정가에 사시라.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매하고 싶다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온라인을 이용하면 된다. 나는 온라인을 이용하는 손님들을 말릴 생각이 조금도 없다. 그러니까 제발, 서점에 와서 책을 할인해 주냐느니 인터넷이 더 싸다느니 하는 얘기는 그만 듣고 싶다. 나도 인터넷이 더 싼 것을 알고 있으며, 그토록 현명하고 똑똑한 당신이 왜 진작 인터넷에서 구매하지 않고 이곳까지 비싼 발걸음을 하여 나한테 그 소리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서점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조금 읽었다. 짧은 단락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끊어 읽기에 제격이다. 내일은 더 많이 읽을 수 있겠지?


* 오늘 읽고, 오늘 밑줄 친 문장.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13p

곱씹을수록 다양한 곳에 대입할 수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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