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3 Record

2023년 3월 28일 화요일

출근

by 감우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지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드디어! 다 읽었다. 서점 동료에게 빌린 책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점은 바로, '책은 역시, 빌려 읽는 게 아니다!'


빌려 읽는 책은 (책 주인이 독촉을 하지 않더라도) 빨리 읽고 반납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오히려 더 읽기 싫어지는(?)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시험 전날에 괜히 책상 정리를 하고 싶은 것처럼, 책을 딱 빌려 오고 나면 이상하게 다른 책이 읽고 싶어 진다니까?

701663609.134750.jpg 딱히 추천하지는 않지만 읽는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는 책. (재미있는 책이니까 오해는 마세요 :> )


오늘은 창밖의 날씨가 화창해서였는지 많이 웃고, 많이 떠들며, 종일 즐거운 하루였다. 급여의 액수를 떠나 생각해 보면, 이렇게 스트레스 없이 즐겁기만 한 직장은 태어나 처음이다. 몸을 움직여 일하고, 매일 새로운 책을 맞이하고,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매일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탄생하는 곳. 이곳의 직원들은 모두 동료일 뿐, 위아래를 나눠 소모적인 알력다툼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월급이 너무 적다. 날이 따뜻해지고 보니 새 옷도 사고 싶고, 새 신발도 사고 싶고, 새 가방도 사고 싶은데 말이지!




어느덧 3월도 거의 끝나간다. 남편도 잠든 새벽녘에 홀로 운동을 시작한 지 2주째, 라인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인생 최저 몸무게까지는 아니지만, 자신감을 회복하기엔 충분하다. 결혼하고 10kg 넘게 찐 살이 거의 다 빠져나갔다. 물론 2주 운동으로 빠진 것은 아니고, 한약의 힘을 (살짝) 빌려오긴 했지만.


퇴사 직후 일기장에 이런 문장을 적었었다.

"일단 살을 빼자. 살을 빼고 나면 그 성취감을 동력 삼아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일종의 다짐 같은 문장이었지만, 진짜 살이 빠지고 나니 정말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요즘은 거울에 비친 내가 꽤나 마음에 들어서 자주 거울 앞에 서게 되고, 예쁜 옷도 입고 싶어지고, 괜히 좋은 향수도 뿌리고 싶어 졌는데, 그런 나를 보던 남편의 한 마디.

"너 남자 생겼니?"




기록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이곳에 아무 글이나 적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쓰는 게 재미있어졌고, 쓰기에 약간의 자신감이 붙기도 했다. 이제는 공지도 없이 연재를 중단했던 매거진 [잃어버린 나를 찾습니다]의 글도 다시 쓸 때가 된 것 같다. 다시 소설이 쓰고 싶기도 하고. 기획이 들어간, 처음과 끝이 있는 글을 '완성'하고 싶어 졌달까?


사실 쓰는 행위는 실력이나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의 문제인데, 이곳에 매일 뭔가를 적어 올릴 수 있다면, 다른 글도 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매일 이곳에 뭔가를 써냈다는 성취감을 동력 삼아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면 '성공'이라 불리는 모든 일은, 아주 작은 성취를 차곡차곡 모아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느 날 갑자기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같은 결말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결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이 길의 끝에 성공의 열매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나도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701699829.970711.JPG 꽃길만 걷는 인생 같은 건 없겠지만, 모든 인생에 적어도 한 번은, 반드시 꽃 피는 봄이 온다.



* <달러구트 꿈 백화점> 531p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가슴에 아로새길 만한 문장 같은 건 만나지 못했다.

굳이 한 문장을 고르자면 이 문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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