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지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드디어! 다 읽었다. 서점 동료에게 빌린 책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점은 바로, '책은 역시, 빌려 읽는 게 아니다!'
빌려 읽는 책은 (책 주인이 독촉을 하지 않더라도) 빨리 읽고 반납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오히려 더 읽기 싫어지는(?)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시험 전날에 괜히 책상 정리를 하고 싶은 것처럼, 책을 딱 빌려 오고 나면 이상하게 다른 책이 읽고 싶어 진다니까?
오늘은 창밖의 날씨가 화창해서였는지 많이 웃고, 많이 떠들며, 종일 즐거운 하루였다. 급여의 액수를 떠나 생각해 보면, 이렇게 스트레스 없이 즐겁기만 한 직장은 태어나 처음이다. 몸을 움직여 일하고, 매일 새로운 책을 맞이하고,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매일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탄생하는 곳. 이곳의 직원들은 모두 동료일 뿐, 위아래를 나눠 소모적인 알력다툼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월급이 너무 적다. 날이 따뜻해지고 보니 새 옷도 사고 싶고, 새 신발도 사고 싶고, 새 가방도 사고 싶은데 말이지!
어느덧 3월도 거의 끝나간다. 남편도 잠든 새벽녘에 홀로 운동을 시작한 지 2주째, 라인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인생 최저 몸무게까지는 아니지만, 자신감을 회복하기엔 충분하다. 결혼하고 10kg 넘게 찐 살이 거의 다 빠져나갔다. 물론 2주 운동으로 빠진 것은 아니고, 한약의 힘을 (살짝) 빌려오긴 했지만.
퇴사 직후 일기장에 이런 문장을 적었었다.
"일단 살을 빼자. 살을 빼고 나면 그 성취감을 동력 삼아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일종의 다짐 같은 문장이었지만, 진짜 살이 빠지고 나니 정말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요즘은 거울에 비친 내가 꽤나 마음에 들어서 자주 거울 앞에 서게 되고, 예쁜 옷도 입고 싶어지고, 괜히 좋은 향수도 뿌리고 싶어 졌는데, 그런 나를 보던 남편의 한 마디.
"너 남자 생겼니?"
기록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이곳에 아무 글이나 적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쓰는 게 재미있어졌고, 쓰기에 약간의 자신감이 붙기도 했다. 이제는 공지도 없이 연재를 중단했던 매거진 [잃어버린 나를 찾습니다]의 글도 다시 쓸 때가 된 것 같다. 다시 소설이 쓰고 싶기도 하고. 기획이 들어간, 처음과 끝이 있는 글을 '완성'하고 싶어 졌달까?
사실 쓰는 행위는 실력이나 능력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의 문제인데, 이곳에 매일 뭔가를 적어 올릴 수 있다면, 다른 글도 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매일 이곳에 뭔가를 써냈다는 성취감을 동력 삼아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면 '성공'이라 불리는 모든 일은, 아주 작은 성취를 차곡차곡 모아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느 날 갑자기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같은 결말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결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이 길의 끝에 성공의 열매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나도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 <달러구트 꿈 백화점> 531p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가슴에 아로새길 만한 문장 같은 건 만나지 못했다.
굳이 한 문장을 고르자면 이 문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