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모든 문장을 쭉 빨아올리며 꼭대기에서 탁 터뜨리는, 푹 꺼뜨리기도 하지만 그건 비위 약한 작가들을 위한 탁 터뜨림이고요. 여하튼 결정적인 한 장면,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한순간, 우리가 책을 덮고 고개를 젖혔을 때 공중에 떠 있는 그 뭐가 제 글에는 없대요.*
못해서 못하니까 좋은 거예요. 무능해서 귀한 거예요. 잘하는데 억지로 안 하는 사람은 반드시 흔적을 남겨요. 자기 절제라는 고귀한 희생에는 어쩔 수 없는 인위가 묻어난달까요?**
고민을 조금 하다 결국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구매했다. 지금 내 책장에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그러니까 2회부터 11회까지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줄지어 꽂혀 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출간연도를 세어 보면 내가 작가의 꿈, 더 정확히는 소설가의 꿈을 간직하던 시간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당시의 문단 트렌드를 읽기에 좋고, 낯선 작가들을 사심 가득한 독자의 시선으로 발굴해 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나서 내 마음대로 올해의 작가를 선정한 뒤 해당 작가의 또 다른 책을 찾아 읽는 것으로 한 해를 풍족하게 보낼 수 있다. 김애란, 손보미, 황정은, 최은영, 김성중 등의 작가들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만났다.
회사 생활에 적응을 하고부터 자연스럽게 책과 멀어졌다. 돈도 그럭저럭 벌고, 밥도 그럭저럭 먹고, 잠도 그럭저럭 자니 책 생각이 나지 않았다. 책은 언제나 도망쳐야 할 무언가가 있을 때 떠오르는 친구이며, 글을 쓰는 행위는 그보다 더 비참해졌을 때에나 가능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으므로, 그래서 나는 역시 작가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흔들림 없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읽고 쓰는 류의 인간은 결코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다시 손에 쥐게 된 것은 작년인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중 유일하게 내가 직접 구매하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앞의 몇 페이지를 읽다가 미뤄둔 채 지금껏 다시 펼쳐 보지 않았다. [2023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구매를 망설인 이유이기도 한데, 오늘 서점에서 몇 장 읽어 보니 사길 잘했다 싶다.
전에는 수상 작가들 중 적어도 한두 명은 낯익은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올해는 전부 처음 보는 이름들이다. 요즘의 나는 도망쳐야 할 무언가도 없고, 비참한 상황에 놓인 것도 아니며,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고요한 상태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성실하게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작가가 되지 않기로 마음먹고 나니 가능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오후, 한참 일을 하다 말고 (굉장히 뜬금없게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불륜을 종말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륜을 허용하는 것뿐일 거라고. <열두 발자국>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게임을 교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하면 그 행위가 무엇이든 격렬하게 하고 싶어지고, 하라고 하면 그 행위가 무엇이든 격렬하게 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 본능은 말 그대로 인간의 본능이랄 수밖에!
*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_10P, 이미상_<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中
**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_11-12P, 이미상_<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中
- 대부분의 책은 초반에 좋은 문장이 모여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