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1일 금요일

가위눌리는 밤

by 감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지 3일째다. 자려고 누워 눈을 감는 순간, 눈꺼풀 안의 암흑 저편으로 어딘가 이상한 기운이 몰려오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오늘 왠지 가위눌릴 것 같은데' 생각하고, 어김없이 가위에 눌린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가위에 눌리는 밤을 3일째 보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가위에 눌리는지 잘 모르겠다. 귀신을 본다는 사람도 있다는 것 같고, 뱀을 무서워하는 우리 엄마는 가위에 눌렸을 때 뱀이 보인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의식 중에든 무의식 중에든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이 공격의 주체가 되는 것일까? 나는 가위에 눌린 밤이면 육체가 나의 의식을 단단히 결박하고서 결코 놓아주지 않는 형태로 나를 괴롭힌다. 가위는 언제나 억압의 기운을 느끼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는 그 결박에서 풀려나기 위해 양팔을 치켜들고 바닥을 힘껏 내리치고,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고, 발에 걸리는 모든 것에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옆에 놓인 물건들이 와르르 무너지거나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까지 난리를 치는데도 나를 구해주러 오지 않는 남편이 야속해진다. 그렇게 온갖 난장을 지기다 겨우 풀려났다고 안도하는 바로 그 순간, 다시 강한 힘에 의해 결박되고, 나는 또다시 사지를 뒤틀며 저항하기를 반복한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가위에서 풀려날 수 있다는 말이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는 꼼짝도 않고 바닥에 붙어 있을 테지만 꿈속에서만큼은 누구보다 큰 몸짓으로 끊임없이 버둥대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렇게 몸을 움직일 수도 있는데 대체 왜 나는 계속 갇혀 있는 거냐고 억울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된다.


겨우 현실로 돌아왔을 때,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까지 들리는 듯하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이곳이 실재라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또 속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다 몸을 아주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본다. 고요한 방에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제야 진짜 현실로 돌아왔구나 인지하고 안도한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다시 눈을 감는 순간 나는 또! 그 결박의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어제는 세 번이나 그 짓을 했다. 꿈에서 꿈으로 또 꿈에서 꿈으로 이어지며 나는 계속 갇혀 있다. 그러다 겨우 깨어나 안도하고, 남편의 코골이 소리를 듣고, 다시 눈을 감으면 어김없이 아까의 그 늪으로 끌려들어 가기를 세 번이다. 그러니까 얼마나 여러 번 갇히게 된 것인지는 셀 수도 없다. 세 번째는 더욱 기이했다. 눈을 감기가 무서워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며 뻐근한 눈을 억지로 치켜뜬 채 모로 누워 남편의 코 고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내가 눈을 뜨고 있었다는 것이 꿈이었던 건지 눈을 뜨고 잠이 들었던 건지, 그 상태로 갇히고 말았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니고, 삼일씩이나! 갇힌 꿈이 반복되고 보니, 점점 잠자리에 들기가 두려워진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남편은 피로가 너무 쌓여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새벽까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제발 일찍 좀 자."하고 제법 엄한 투로 나를 타일렀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피곤해서 가위에 눌리고, 가위에 눌리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그러면 점점 더 피곤해지고, 이렇게 출구 없는 울타리를 뱅글뱅글 돌다가 영원히 눈만 감으면 갇히는 꿈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어 버리는 걸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잠자리로 가 봐야겠다. 오늘은 정말이지,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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