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는 아니고요.
2023년 5월 20일 토요일
온라인 서점을 유영하다 <일 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나는 '일 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라는 문장이 '일 년 내내 남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라는 문장만큼이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상세 페이지로 들어가 보니 이런 카피 문구가 대문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여성이 쓰고 여성이 비평한다,
수천 년간 남성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위 문장에 같은 여성으로서 가슴이 웅장해진다거나 '좀 멋진데?'같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 바로 이런 게 기획인 거지' 하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 행위는 소비 행동에 지나지 않지만,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면 그것은 한 권의 책으로 탄생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창작이 일종의 짜깁기라면, 시류에 부합하는 주제를 선정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짜깁기하는 것이 상업적으로 좋은 기획이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역시, '일 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라는 문장은 어딘가 좀 편협하고 쪼잔해 보여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책을 읽어 보지 않았으니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제목은 못내 아쉽게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책 자체에도 그다지 흥미가 유발되지 않는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얼마 전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버지니아 울프는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특정 성에 갇히지 말고, 양쪽 성을 모두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여성 작가가 되려 하지 말고 그냥 작가가 되라고. 나는 이 말에 꽤 공감했고, 또 조금은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나도 여성이긴 하지만, 어쩌면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은 피해자이고 남성은 가해자가 되는 형태로 프레임이 설정되는 것을 느낄 때마다 몹시 불편하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고, 피해자가 되고 싶지도 않은데도, 사회가 나를 피해자로 몰아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으로 존재하기보다 온전한 일 인분의 인간으로 존재하고 싶다. 그러니까 굳이 강한 여성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냥 꽤 괜찮은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