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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Mar 27. 2017

그와의 997일

돌아보면 지난하고도 유쾌했던 시간들

신랑을 만난 지 어느덧 997일이 됐고,

그와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보낸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은 무럭무럭 참 잘도 흐른다.

스물다섯에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나의 나이 많은 사촌들은 진지하게 나를 붙잡고 미쳤냐고 했다.

신랑을 소개시켜줬을 때 결혼한 사촌오빠들은 나의 예비신랑을 에워싸다시피 둘러서서는

정색을 하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결혼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고, 결혼은 이렇게 일찍 하는 게 아니라고.

물론 사촌 오빠들 뿐만 아니라 언니들도 마찬가지.

나와는 띠동갑을 훌쩍 뛰어넘는 사촌들의 조언은 자못 진지했다.

서론이 길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혼한 지 일 년이 지난 지금,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 예찬론을 펼치던 결혼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친구들의 "결혼하면 어때?" 물음에 이제는 섣부른 추천이나 권장은 하지 않는다는 것.


분명 연애와 결혼은 상당 부분 달랐고,

동거 1 년을 합쳐 같이 산 지 2년이 지난 지금에야 알게 되는 안 맞는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그와 함께할 때가 가장 편안하고 안락하다는 것.

그와 함께 살기 전 약한 불면증이 있었던 내가

주말마다 그의 집에 가서 늘어지게 잠을 자던 기억은 여전히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된다.

나는 그와 살면서 보약 같은 숙면을 매일같이 취할 수 있었다.

물론 때때로 다투고, 서로를 서럽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런 순간에도 그는 언제나 오롯한 내 편이었고, 나 또한 그랬으므로.

그를 만나고 단 한순간도 이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 적 없으므로. 역시 결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뭐, 굳이 그렇게 일찍 할 필요는 없을 수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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