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 대하여 2

같이 읽는 즐거움

by 감우

앞서 예고했듯 10월 11일은 내생에 첫 독서 모임이 열리는 날이었다. 모임 책(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대한 감상이 꽤나 부정적이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이 유독 궁금하기도 했다. 북클럽 가입에 승낙한 다섯 명의 직원은 출근 한 시간 반 전에 서점 5층 식당에서 모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봤자 오후 열두 시인데도, 꼭 새벽 출근을 하는 것처럼 약간은 어색한 상쾌함이 느껴졌다. 아무튼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첫 독서 모임이 시작되었다.


모임의 포문은 호/불호를 택일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셋은 호를, 둘은 불호를 택했다. 각자 질문 두 가지씩을 가지고 오기로 했지만, 호불호에 대한 이유를 말하는 것만으로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의견이 다를수록 흥분도는 높아졌다. 같은 문장을 읽고 어떻게 이렇게도 다른 감상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역시 책은 아무리 같은 책을 읽더라도 결코 같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제야 독서 모임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같은 책을 읽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여서 나눌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모든 책의 행간 너머에는 실존하는 혹은 실존했던 인간이 작가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행위는 전혀 접점이 없는 한 인간의 인생 한 조각을 읽는 일이다.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경험을 하고 그 경험 앞에서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가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작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책을 읽는 독자도, 저마다의 삶의 굴곡에 따라, 저마다의 가치관과 사상에 따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장을 흡수한다. 책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나의 인생의 한 조각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독서 모임이란 것은 가까운 타인의 인생을 아주 단편적으로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막연하게나마 독서 모임에 대해 상상해 보던 때, 만약 내가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된다면 특정 책을 정하지 않고 각자 읽고 있는 책을 가지고 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형식을 떠올리곤 했다. 독서 취향이 달라도, 완독을 하지 못했더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첫 번째 독서 모임을 끝내고 돌아와 그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고백한다. 독서 모임에서 구성원의 연대를 자각할 수 있는 유일한 연결 고리는 오직 같은 책을 읽었다는 그 사실 하나뿐이다. 그마저도 이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지속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마다 다른 문장에 밑줄이 쳐진, 그러나 같은 표지를 하고 있는 책을 들고 한 공간에 모였을 때,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제법 긴 시간이라 생각했던 90분은 쏜살같이 흘러, 감질맛을 남기며 아쉽게 끝이 나고 말았다. 첫 모임을 해 보고 지속 여부를 결정하자던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음 모임 책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 바빴다.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물어 나르며 그날은 서점 분위기도 한층 활기를 띠었다. 첫 모임이 끝남과 동시에 근미래로 계획하고 있던 퇴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 더 다니고 싶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가져보는 생각을 조심스레 마음속으로 굴리며, 나는 독서 모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되게 좋거나 되게 안 좋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예상했던 독서모임에 대한 나의 마음은 ‘되게 좋거나’로 기분 좋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밑줄 친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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