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상대성에 대하여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것을 또 잊을 뻔했다. 자려고 누워서 인스타 피드를 생각 없이 내리다가 (사실은 이미 화요일이지만) 월요 에세이의 존재를 자각하고 서둘러 나와 컴퓨터를 켰다. 서점원이 되고 요일 감각이 현저히 떨어졌다. 모든 서점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일하는 서점은 매달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휴무일을 정한다. 매달 쉬는 날이 달라지고, 매주 쉬는 요일이 달라지고, 동료들의 쉬는 날도 제각기 달라서, 거의 매일 스케줄표를 확인한다. 나는 더 이상 금요일 밤이 신나지 않고, 일요일 밤이 아쉽지 않고, 월요병도 사라졌다. 이게 더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냥 일상이 조금 달라진 정도다.
어느 출판사에서 탁상 달력을 판촉물로 보내줬는데 한 주의 시작일을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로 표기해 놓은 것을 발견했다. 무인양품에서 2024년 먼슬리 다이어리를 구매했는데, 여기에도 한 주의 시작일은 월요일이다. 혹시나 싶어 서점에서 판매 중인 로이텀 먼슬리 다이어리를 확인해 봤더니 그것도 한 주의 시작일이 월요일이다. 이제 공식적인 한 주의 시작 요일을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로 바꾸기로 나만 빼고 약속이라도 한 걸까? 일단 서점 동료들은 전부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만 빼고 어떤 약속이 체결된 걸까?
퇴사 후 디지털 문구 제작에 힘을 쏟았었다. 그때는 회사원 물이 덜 빠졌을 때라 나에게 한 주의 시작은 너무나도 명백하게 월요일이었다. 그래서 디지털 다이어리를 제작할 때도 일요일 시작 버전과 월요일 시작 버전 두 가지를 만들었고, 나는 월요일 시작 버전을 사용했다. 나는 그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편리하다고 느꼈는데, 주 5일 근무라는 규칙적인 사이클에서 벗어나고 나니 한 주의 시작 요일이 월요일이 된 것이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시간의 흐름 역시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한다.
아무튼 나의 이번주 휴무일은 화, 수 그러니까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면 나에게는 오늘이 불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미 새벽이 깊었지만 다행히 잠들기 전에 월요 에세이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쉐임리스나 보면서 남은 불월을 즐겨야겠다. 나는 그냥 내 마음대로, 잠들기 전까지는 아침에 일어나 맞이한 요일이 계속 유지된다고 여기기로 했다. 그러니까 발행일은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로 표기되겠지만 이건 누가 뭐래도 월요일에 발행되는 글이다.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이니까, 나의 월요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