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좋아하세요?
플로팅 일기를 매일 연재로 바꿨더니 금요일에는 글을 두 개나 발행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보통 금요 에세이는 미리 조금씩 써 두는 편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금요일은 출근하면 제일 먼저 글부터 쓰는데, 오늘은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다가 퇴근할 때 깨달아 버렸다!
갑자기 쓰는 거라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조금 막막하긴 하지만, 연재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니 일단 책상에 앉긴 했다. 12시가 되기 전에 발행을 하려면 시간이 얼마 없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얼마 전 일기에 내가 진짜 팔아야 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한번 해 봐도 좋겠다.
나는 일단 '이야기'라는 단어 자체를 좋아한다. 받침이 없어 물 흐르듯 읽히고, 사실은 같은 단어인 '얘기'보다 좀 더 다정하고 진중한 느낌이 나서 좋다. '이야기'라는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할 때면 왠지 모르게 동심이 떠오르고, 그래서인지 조금은 귀여운 느낌도 든다. '얘기'라는 단어가 수다 혹은 잡담을 연상시킨다면, '이야기'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떠오르게 하는 것도 내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모든 것을 줄여 말하려는 요즘 시대에 일부러 늘여 말하는 단어가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러한 이유로 플로팅 온라인 몰에 '이야기가 있는 상점'따위의 문장을 써 놓기도 했는데, 이야기가 있는 상점이 대체 어떤 상점이냐고 묻는다면 유려한 대답을 내놓을 자신은 없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손님이 이런 말씀을 해 주시는 게 아닌가. "어떻게 모든 상품에 이야기를 담으세요?" 그 손님은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적확하게 찾아 해 주시는 진귀한 분으로, 듣는 순간엔 기분이 참 좋았는데, 그 손님이 가시고 나자 오히려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야기'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다행히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나름의 답을 찾게 되었다.
남이 만든 물건을 파는 나의 입장에서 담을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이야기뿐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스토리텔링'이니 '마음을 움직이는 마케팅'이니 하는 것들을 책에서 주워 읽고 흉내 내려는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플로팅을 운영하다 보니 이야기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고르고 소개하는 사람이다.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이 최종 소비자에게 가기 전에 한 번 걸러지는 거름망이고, 그렇다면 나에게 오는 손님들은 내가 어떠한 근거와 기준을 가지고 물건을 고르고 또 걸러내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권리가 있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로 누군가를 설득시킬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나를 신뢰하게 될 것이다. 언젠간 플로팅의 선택이라는 문장 하나만으로도 다수가 설득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