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우 May 24. 2024

실패는 나를 강하게 한다.

그래도 이제는 성공을 하고 싶다.

 체감으로는 사장이 된 지 최소 1년은 된 것 같은데, 아직 만 3개월도 되지 않았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주는 내내 의욕이 안 생기고 업무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주변에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니 "번아웃 온 거 아니야?" 한다. 나는 고작 3개월 차에 번아웃이라는 단어를 꺼내드는 것은 조금 짜친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냥 말끝을 흐리며 "열심히 해야지..."하고 조그맣게 말한다.


 고작 3개월 차이긴 하지만, 아무튼 매출은 착실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첫 달에는 오픈빨과 지인빨로 생각지도 못한 큰 매출이 나왔고, 둘째 달은 첫 달만큼의 수익이 난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기에, 월세만 빠져도 선방이라 생각했고, (다행히 월세는 빠졌다.) 셋째 달의 목표는 둘째 달만큼만 벌어 보자였는데, 아직까지는 그조차 요원한 상황이다. 이번 달 영업일은 오늘 포함 7일이 남았으므로,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지난달만큼 벌려면 얼마나 더 팔아야 하는지를 계산해 보았다.


 장사를 하다 보니 계획이라는 게 의미 없어질 때가 많다. '계획을 세운다'라는 것도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때에만 성립되는 문장이다. 나에게 손님들의 발걸음과 소비심리를 통제할 방법이 있을 리 없으므로, 그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다. 그래도 아직까지 불안에 잠식당하지는 않는다. 나에게는 여전히 몇 가지 패가 남아 있다.


 1. 아직 3개월도 되지 않았으니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기엔 이르다.

 2. 인스타 팔로워가 꾸준히 늘고 있으니 잠재고객 확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3. 통장은 아직 바닥을 보이지 않았다.

 4. 완전히 망한 대도 이전의 실패들보다는 나을 것이다.


 나를 실질적으로 가장 안심시키는 것은 3번이지만, 무너지고 싶은 날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4번이다. 실패는 언제나 나를 강하게 했다. 크고 작은 인생의 모든 실패들이 나를 단련시켰다. 비참하고 처절했던 사랑의 실패부터 시작해서, 물 사 마실 돈도 냉장고도 없어 엄마 집에서 챙겨 온 미지근한 캔맥주를 물 대신 마시던 금전적 실패까지. 실패가 나를 성장시킨 이유는 단 하나, 실패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죽지 않고 살아서 다시 웃었다. 사실은 실패의 순간 속에서도 웃을 일은 언제나 있었다. 여러 모양 여러 크기의 실패들을 겪고 복기하고 극복하며, 이제는 어떤 실패가 오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재산으로 가지게 되었다. 나는 이것이 돈보다 값진 배움이며 재산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해서, 실패가 나를 성장시켰다고 해서, 실패를 기다릴 만큼의 마조히스트는 아니다. 나는 이제 성공이 하고 싶다. 돈도 많이 벌고 싶다. 집도 사고 싶고, 차도 사고 싶고, 이왕이면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사고 싶다. 이제는 명품백도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까르띠에 시계를 사고 싶고, 샤넬 트위드도 입고 싶다. 솔직히 나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전부를 언젠가는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근거는 없다. 그래도 나는 나이에 비해 꽤 많은 실패를 했으니,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실패만 했으니, 이제는 성공이 내 차지가 되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성공은 나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이제는 그것이 알고 싶다.


"어떤 일이건 실제로 시도해 보면 95퍼센트는 실패합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모험을 할 바엔 성공할 수 있는 쪽, 언뜻 봐서는 있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반대쪽, 즉 5퍼센트의 가능성에 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최선을 다해 추구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기획입니다. 실패만으로는 배울 수 없습니다. 성공을 해 봐야 배울 수 있지요."

* <지적자본론> 10~11p
* 마스다무네아키와 함께 도서관 이노베이션을 기획한 다케오시 시장 히와타시의 말.


이전 08화 사장은 워라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