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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May 17. 2024

사장은 워라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이 글에 답이 있기를 기대하는 자는 뒤로 가시오.

 월급쟁이 시절의 나는 워라밸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고, 회사에 내 모든 것을 쏟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했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며, 그 생각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장이 된 후로 그 생각에 더욱 확신이 생겼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일종의 권리였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전에는 가졌었고, 지금은 가지지 못한 그 권리는 때때로 나를 고민스럽게 한다. 제시간에 일을 마치고 정시에 퇴근하는 게 일을 잘하는 거라고 굳게 믿었던 나는, 사장이 된 후로 정시에 퇴근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이란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없이 이어지기 마련이므로, 야근을 하는 행위는 사실상 불안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 나를 완전히 소진시켜야만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이 감각이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는 않지만, 일 할 사람도, 책임질 사람도, 오직 나뿐인 이 판에서 건강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이 고개를 내민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대체 누가 나를 돌보지?'

 나는 정말이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인간이라 내가 너무 소중하다. 가는 바람에도 꺾일세라, 생각지 못한 시련에 무너질세라, 스스로를 살뜰하게 지키고 보살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니까 사장이 된 후 내가 알던 감각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들이 당황스럽기 일쑤다. 다중인격이 된 것처럼, 나를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나와 뿔이 나서 하소연하는 내가 공존한다.


 주변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내가 지칠 때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 다시 힘을 내어 따라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열심히 열심히를 외치며 계속해서 달리기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오픈 세 달 차에 워라밸 따위를 논하다니 제정신이 아니구먼' 하며 비아냥대는 나와 '그렇게 맨날 가게에 붙어 있는다고 매출이 오른다니? 잘 쉬는 것도 자기 관리고 능력이거든!' 하며 지지 않고 응수하는 내가 있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답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나만의 답을 구하는 길 뿐이다. 그러니 정답이 없는 문제일수록 남의 의견이나 세상의 잣대는 되도록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려는 말도 굳이 새겨듣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 만은 해 주고 싶다. 당신이 현재 고용인의 입장이라면, 굳이 주인 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마시길.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사직서를 던지고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회사가 내 회사가 될 일은 없다는 것, 그것은 사실 당신이 가진 엄청난 권리이니,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일하며, 권리 행사를 게을리하지 말 것! 

균형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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