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되게 만들고, 물건을 팔리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 뿐.
내 머릿속에 '사업'이라는 두 글자가 떠오른 순간부터 나는 쉬지 않고 '되는 사업'을 찾는 일에 골몰했다. 수십 개의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내가 사업을 하려고 마음먹은 가장 원초적인 목적은 역시 돈이었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왕이면 조금 더 즐겁고 재미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마음이 컸다. 그러니까 되는 사업의 여부는 나에게 꽤나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몇 년간 도무지 답을 찾지 못하던 중, 퇴사 후 갭이어를 가지며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되니 마니 하는 건 일단 접어두고, 가능한 예산 범위 같은 것도 차치하고서,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자고. 그렇게 나는 '책'이라는 한 단어를 길어 올렸다. 안 되는 사업의 대표주자 같은 책을, 안 팔리는 물건의 대명사와도 같은 책을 말이다.
어렵게 주제를 찾았으니 아무튼 밀어붙여 볼 생각이었다.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수업을 듣고, 직접 일도 해봤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이건 역시 안 되는 사업이라는 결론만 확실해졌다. 그래도 책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나에게 남은 단 하나의 방법은 되게 만드는 것뿐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읽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책이 주(主)가 아닌 부(附)가 되게 해야겠다. 책을 사랑하는 모두를 타깃으로 잡고, 책이 아닌 다른 것들을 팔아 돈을 벌자. 당시의 나는 이런 답을 내렸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플로팅이 되게 만들 방법, 플로팅의 상품들을 팔리게 만들 방법을 찾았느냐고? 그럴 리가. 나 또한 여전히 탐구 중에 있다. 그러나 플로팅을 6개월째 운영하며, 제품보다 중요한 것은 방식에 있다는 확신은 가지게 되었다. 팔리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안 팔리는 물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가격 선정도, 셀렉 기준도, 장사에 있어 정답이 존재하는 일을 찾기란 쉽지 않다. 모든 것을 내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나는 내가 셀렉한 상품들의 최저가를 찾아보는 일을 그만두었다. 내가 정한 기준에 따라 가격을 정하고, 나라면 이 가격에 설득될 것인지 소비자의 입장으로 생각하며 심심한 검열의 과정을 거친 뒤 가격표를 붙인다. 내가 적정 가격이라 생각해 붙인 상품의 가격을 소비자에게 설득하는 일은 이제 나의 몫이다.
그러니까 플로팅은 최저가가 중요한 고객님들을 과감히 버린다. 우리 가게는 물건을 최저가에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최적의 쓸모와 최고의 가치를 연구하고, 보다 편하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그 쓸모와 가치를 알아차리도록 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그래서 최저가가 아닌 가격이 납득할 만한 가격이 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나도 좋고 당신도 좋은 결말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팔리는 물건이나 되는 사업을 찾지 않는다. 나는 무엇이든 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팔 수 있다. 나 자신만 납득시킬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