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편집, 스토리텔링의 3박자
뒤늦게 꼬꼬무에 빠져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정주행을 시작했다. 자영업자는 아무리 발악을 해도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없다고 했던가. 꼬꼬무를 보다 문득 플로팅을 떠올린다. 오늘은 내가 꼬꼬무를 보며 떠올린 플로팅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인간은 이야기와 함께 진화했다, 고 사피엔스에서 얼핏 읽은 기억이 난다. 입은 되도록 닫고 있는 편이 여러모로 신상에 좋다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끌리는 법이다. 꼬꼬무에서 주목할 점은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기획에 있다. 꼬꼬무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꼬꼬무는 무엇이 다른 걸까.
꼬꼬무는 기획, 편집,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이미 알던 것들도 다시 보이게 한다. 플로팅이 추구하는 방향성이자 꼬꼬무가 굉장히 잘하고 있는 것이며, 수요가 입증된 3법칙이라 할 수 있다. 적당한 유쾌함, 적당한 진중함, 적당한 흥미로움, 적당한 새로움. 꼬꼬무는 모든 면에서 적당함을 적절히 유지하며 이야기와 함께 나아간다. 플로팅이 꼬꼬무 같은 브랜드가 되면 참 좋겠다. 적당한 사람이 되어 적당한 브랜드를 일구는 적당한 사장이 되고 싶다. 적당함을 유지하는 일은 최고가 되는 길보다 어렵다고 믿기에, 나는 최고보다 조금 더 높은 목표를 가져 보기로 한다.
내가 오프라인과 디스플레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처음 깨닫게 됐던 순간은 십여 년 전 동대문에서였다. 당시 나는 돈만 생기면 동대문으로 달려가 밀리오레, 두타, apm 등을 누비며 옷을 사댔는데, 어느 순간 두타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더랬다. 대체로 시장바닥 같던 동대문 감성을 완벽하게 내려놓고, 세련된 푸드코트를 세팅해 넣더니, 마치 백화점이라도 되는 양 깔끔하기 그지없는 매장을 꾸며놓았다. 그리고 마지막 방점! '정찰제' 시스템의 도입.
동대문에 가면 되든 안 되는 일단 깎고 보라고 배웠던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이럴 거면 뭐 하러 동대문까지 와서 쇼핑을 해.' 머리는 분명 이렇게 생각했는데, 어느새 두타에서 지갑을 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동대문 기센 언니들과의 눈치싸움이 생략된 편안함, 쾌적한 공간의 안락함, 비로소 정당한 고객으로 대우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내 발걸음을 자꾸만 두타로 이끌었다.
바로 옆 밀리오레에 꾸깃꾸깃 쌓여 있던 옷과 분명 똑같은 옷인데, 그 똑같은 옷을 분명 더 비싸게 팔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네킹이 입고 있고 행거에 착착 걸려 정갈하게 모여 있으니 훨씬 더 값어치 있게 느껴진다. 바로 옆을 오가며 비교하다 보면 알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법과도 같다. 그때 생각했다. 때론 상품 그 자체보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법이라고. 이때의 깨달음이 꽤나 강력했던 탓인지, 나만 파는 물건을 팔지 못할 바에는 무조건 오프라인으로 공간 경쟁력을 선점해야 한다는 확신이 흔들려 본 적 없다.
꼬꼬무도 비슷하다.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고, 여타 방송들에서 수없이 다뤘던 이야기를 재차 다루는 것뿐인데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형식으로 들으면 완전히 새롭게 들린다. 십여 년 전 두타에서 공간의 중요성을 배웠다면, 꼬꼬무는 나에게 이야기의 힘을 설파한다. 이제 배운 지식을 버무려 내 것으로 소화하는 일만 남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들려줄 플로팅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