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0. 수
오늘은 진짜 칼퇴를 하기 위해 미리 일기를 쓰기로 했다. 얼레벌레 오늘 할 일을 다 하긴 했는데 묘하게 찝찝한 건 왜 때문이지..? 스산했던 날씨 탓인지 손님은 거의 없었고, 그래서 딱 할 일만 한 것이 찝찝한 모양. 그래도 뭐, 할 일이라도 한 게 어딥니까! 일기 쓰고 돌멩이나 만들다 퇴근해야겠다.
이번 주는 온라인몰에 책을 좀 등록해 보려 한다. 책을 온라인으로도 판매할 것인지에 대해서 오래 고민했다. 온라인몰에서는 도서 10% 할인을 하고 있는데, 사실상 10% 할인해 주면 남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정가에 사라고 하면 아무도 안 살 거 같고, 솔직히 나 같아도 책은 그냥 온라인 서점에서 살 것 같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던 것. 머릿속에 고민 꾸러미를 넣은 채로 여러 날이 흐르던 와중에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플로팅에 책이 빠지면 변별력을 가질 수 없다고. 플로팅을 격렬하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다. 그러니까 역시 플로팅의 차별화 전략은 책이다. 책이 빠진 플로팅은 앙꼬 없는 찐빵이잖아~
근데 참 장사라는 게... 확실히 좀 신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오늘 결제 손님 딱 두 분이었는데 어제보다 매출 잘 나옴. 절묘하게도 내가 머들러 하나 결제하자마자(위탁 제품이라 나도 결제해야 되는 부분) 입장하신 손님이 매우 큰 손님이셨다는...! 진짜 돈을 써야 돈이 들어오는 걸까? 아참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일본인 손님이 물건을 구매해 갔다. 문구류들은 아무래도 일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에게는 메리트가 없겠다 싶었으나 오늘 드디어 선택을 받았습니다 >.< 플로팅에는 문구 외에도 다양한 제품이 있으니까요! 흠흠.
지금 우리 골목은 들고나는 사람들로 술렁술렁. 아직까지는 '역시 접어야 되는 걸까?' 같은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 회사를 나와, 서점을 나와, 플로팅을 만든 것을 후회해 본 적은 단 한순간도 없다. 사장이 빠져도 알아서 돌아가는 시스템이 확립되는 순간부터 사업이 되는 거라던데, 난 어쩌면 사업보다 장사가 적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손님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못하게 된다 생각하면 벌써 아쉬운 생각이 드니까. 아무튼 오늘도, 플로팅과 나는 무사하다. 오래오래 버텨야지.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 어차피 내가 다 이겨.
요즘 부쩍 플로팅의 이야기에 대해 언급해 주시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플로팅을 시작하며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알멩이 없는 마케팅 문구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닐까 고민했던, '이야기가 있는 상점'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